'재벌 개혁’을 외쳐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한 지 1년이 지났다. 한화·효성·현대차그룹 등이 이른 시일 내에 기업 구조 개편을 마무리 짓겠다며 김 위원장의 정책에 호응하고 나섰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4일 오전 11시 김 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간담회를 연다. 그는 지난 1년 동안의 공과를 돌아보고, 향후 공정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이 이끈 1년의 공정위발 경제민주화는 ‘재벌 개혁’이 골자였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삼성·현대차·SK·LG 그룹과 회동했고, 11월에는 현대차·SK·LG·롯데 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지난달에는 외연을 넓혀 10대 그룹 전문 경영인들을 만나는 등 대기업과 꾸준히 소통했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은 대기업이 지배구조 등에 대해 자발적으로 개혁하도록 유도해 왔다.
이에 가장 먼저 한화그룹이 김 위원장의 보조를 맞췄다. 한화는 그룹 컨트롤타워를 20년 만에 해체하면서 계열사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로 개편을 완료했다. 한화S&C와 한화시스템 합병으로, 논란이 됐던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도 나섰다.
효성 역시 이달 1일부로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재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순환출자를 끊기 위한 개편을 시도했으나 엘리엇 등 외부 암초를 만나며 잠정 중단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현대차에 “시도와 중단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삼성 역시 순환출자 해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1조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나왔다.
이외에 5대 그룹 중 SK·LG·롯데 등과 현대중공업·CJ·LS·대림·태광 등도 구조개편안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김상조 효과’로 1년 사이 241개(85%) 순환출자 고리가 끊겼다.
공정위가 발표한 지난해 지정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순환출자 현황을 보면 순환출자 고리는 6개 집단 41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에는 57개 집단 중 10개 집단이 28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아직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총수 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방식으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