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에 발령된 '호우(호날두의 활약을 뜻하는 말) 주의보'가 '호우 경보'로 격상됐다.
세계적인 슈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판부터 해트트릭을 몰아치는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 중이다. 포르투갈은 16일(한국시간) 열린 스페인과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포르투갈의 선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스페인은 디에고 코스타를 비롯해 세르지오 라모스·티아고 알칸타라·안드레 이니에스타 등 전 포지션에 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한 강력한 우승 후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제외하고는 '빅네임'이 없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원맨쇼'를 펼치며 막강한 스페인 수비진을 초토화시켰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서 전반 4분 만에 상대 수비수 나초 페르난데스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선취골로 연결했다. 1-1로 맞선 전반 44분엔 곤살로 게데스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 전방에서 낮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2-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터진 호날두의 프리킥골은 이날 경기의 백미. 페널티박스 전방에서 찬 호날두의 프리킥은 수비벽 위를 그림같이 넘어가 우측 골망에 꽂혔다. 골을 넣은 호날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전매특허 골세리머니인 '터닝 점프'를 선보인 뒤 큰 소리로 '호우'를 내질렀다. 호날두가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터뜨리자 축구팬들은 "호우 주의보'인줄 알았는데, 러시아에 '호우 경보'가 떴다"며 흥분했다.
경기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수비수 출신 영국 BBC 해설자 리오 퍼디낸드는 "호날두의 밤"이라면서 "그는 위대하다"고 칭찬했다. 러시아 스포츠 익스페스는 "호날두! 호날두! 호날두! 그는 진정한 '축구의 신'이다"라고 극찬했다.
호날두는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1985년 2월 5일생인 그는 33세 131일의 나이로 역대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최고령 선수에 올랐다. 미국 ESPN에 따르면 호날두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란전에서 롭 렌센브링크(네덜란드)가 세웠던 종전 기록(30세 336일)을 40년 만에 갈아치웠다. A매치 기록도 151경기 84골로 늘렸다.
호날두는 상대 수비에겐 피하고 싶은 '축구의 신'과 같은 존재지만, 동료들에겐 없어선 안 될 '정신적 지주'다. 그가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맞붙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결승전 전반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실려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포르투갈은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눈물을 쏟으며 실려나간 호날두의 모습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호날두는 경기 내내 터치 라인 쪽으로 나와 다리를 절뚝이며 동료들의 위치를 지시하고 소리 질러 응원했다. 경기 후 외신은 "포르투갈은 감독이 2명이라는 착각이 든다"고 할 정도였다.
연장 후반 4분 에데르가 그림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로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엔 그라운드 안까지 뛰어 들어와 동료들고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날도 호날두는 "우승 후보 스페인을 맞아 비긴 것은 팀 전체가 마지막까지 똘똘 뭉친 덕분"이라녀 "동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고 말했다.
첫 단추를 잘 꿴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유로 2016 재현을 꿈꾸고 있다. 그는 평소 인터뷰에서 "월드컵 우승이 꿈"이라고 종종 밝혔다. FIFA 홈페이지는 "포르투갈에게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은 없을 것"이라며 호날두와 포르투갈에게 행운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