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미투(Me Too) 운동의 공을 쏘아올린 이윤택 감독의 첫 공판이 드디어 진행된다.
2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연극단 단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첫번째 정식 재판이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지난달 25일 상습강제추행과 유사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윤택 감독의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20일 첫 공판을 통해 피해자 증인 심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총 8명의 증인을 채택했다. 이들은 모두 이윤택에게 성추행 혹은 성폭행 피해를 집은 피해자들이다. 이 가운데 2명이 이윤택의 첫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윤택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작품 제작 및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인물이었다.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을 맡고 있던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소속 극단 여성단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지난 4월 기소됐다.
이 같은 만행은 단원들의 미투 폭로로 알려졌고, 검찰은 이중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8명을 23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3일 이윤택 감독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이윤택 감독의 변호인은 지난달 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거나 잘못된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든 것은 연극에 대한 열정, 발성을 위한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연기 연습을 시키면서 유사 강간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발성을 하기 위해서는 단전을 단단하게 하고 복식 호흡을 해야 음을 제대로 낼 수 있다"며 "발성을 지도하면서 이 부분에 힘을 줘서 고음을 내라고 지도를 한 것이다"고 강조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한 만큼, 증인 참석 등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공판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