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의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때만 되면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기업의 모델로 발탁돼 TV 광고를 도배하듯 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월드컵 분위기가 안 난다고 해도 배달 음식 및 편의점 업계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매출이 뛰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손흥민 말고는 광고 모델 된 선수가 없다
현재 대표팀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광고 모델로 기용된 선수는 손흥민(26·토트넘) 정도다. 손흥민은 현재 아디다스와 하나금융그룹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2011년부터 국내 모델로 활동해 온 아디다스를 제외하고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앞서 새로운 파트너가 된 기업은 하나금융뿐이다.
대표팀 공식 후원사기도 한 하나금융은 지난달 말에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한 사실을 발표하고 이달 초부터 TV와 극장 등을 통해 '하나금융그룹X손흥민'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대대적인 월드컵 이미지 광고를 펼치고 있다.
반응은 아직 신통치 않다. 손흥민은 지난 18일 스웨덴과 조별예선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선 톱 플레이어에 속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프리킥 주자로 나섰을 때 빼고 경기 중계 화면에 클로즈업된 경우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설상가상 졸전 끝에 0-1로 패하면서 광고도 빛을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9·스완지 시티)은 P&G의 독일 가전제품 브랜드인 브라운의 면도기 홍보 모델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2013년부터 이어 온 것으로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체결된 새로운 계약관계는 아니다.
지난 2월에 막을 내린 평창겨울올림픽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각 기업들은 메달권은 물론이고 무명일지라도 남다른 스토리가 있는 선수라면 광고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가 아닐지라도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을 기용한 광고로 분위기라도 내 보려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
축구계는 대표팀 내에서 광고 모델로 발탁된 선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이슈에 묻히고 강화된 앰부시 규정으로 기업들이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표팀은 스타라고 칭할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F조는 독일과 멕시코가 포진한 '죽음의 조'라서 골을 넣는 깜짝 스타가 등장할 가능성도 없다. 대표팀 경기력도 저조해서 업계에서 관심이 덜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특수 누린 배달 음식… 편의점도 매출 '껑충'
월드컵 마케팅이 기대에 못 미친 대기업들과는 달리 배달 음식과 편의점은 첫 경기부터 특수를 누렸다.
한국과 스웨덴 경기가 열린 지난 18일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배달 음식 주문량은 전주 같은 요일 대비 1.2배가 늘었다. '요기요' 역시 1.7배 증가하며 월드컵 효과를 맛봤다.
업계는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였다는 점과 저녁 시간인 오후 9시에 경기가 열린 덕을 봤다고 분석했다.
가장 주문이 많았던 메뉴는 역시 치킨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네 치킨집이 전부 다 통화 중이다” “경기 시작 전에 치킨을 직접 사러 갔는데 스웨덴이 골을 넣을 때 치킨을 받았다” 등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배달의민족 내 전체 주문 중 약 40%를, 요기요는 60% 정도를 치킨이 차지했다. 전주 월요일(11일)에 비해 배달의민족의 치킨 주문량은 2배가량 뛰었고, 요기요는 약 2.7배 늘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경기 시작 전 오후 8시를 전후로 최대 트래픽이 발생했고 같은 시간을 기준으로 전주 대비 3~4배에 달하는 치킨 주문이 몰렸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배달 음식 주문으로 경기 시간 전부터 배달 앱 접속이 불안정해지기도 했다. 요기요는 일부에서 주문 지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일부에서 발생한 장애였고, 빠르게 복구했다”고 말했다.
전국 편의점 매출도 껑충 뛰었다. 세븐일레븐은 18일 하루 매출이 지난해 같은 날(6월 19일·같은 요일 기준)보다 18.1% 신장했다. 특히 경기 시간이 임박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6% 증가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맥주와 야식 거리로 나타났다.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9% 올랐고, 야식과 안주 등으로 수요가 높은 냉장 식품 매출은 59.4%, 냉동식품은 153.2% 증가했다.
CU(씨유)에서도 18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주요 상품 매출을 일주일 전인 11일과 비교한 결과 2배 이상 증가했다.
광화문·영동대로 등 거리 응원이 벌어졌던 지역 편의점 50여 점의 주요 상품 매출은 전주에 비해 7배 이상 뛰었다.
GS25도 18일 거리 응원전이 진행된 주변 지역 점포의 매출이 2∼4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점포에서는 맥주(847.3%)·안주류(253.6%)·냉동식품(170.7%)·쿠키 및 스낵(133.7%)·생수(116.9%)·아이스크림(108.6%) 등이 특히 많이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