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뒀으나, 한 수 아래 중국에 2골이나 내줘 큰 비판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한 장현수가 있었다.
이후 '장현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이 무기력한 플레이로 실점을 할 때마다 항상 장현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중국파 경기력 논란 때도 그랬고, 중국 광저우 푸리를 떠나 일본 FC 도쿄로 이적했지만 장현수는 변하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도,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도 장현수를 '절대 신뢰'했다. 아무리 논란이 일어나도 장현수는 부동의 대표팀 수비수였다.
'장현수 논란'이 시작된 지 '662일'이 지났다. 그동안 그에게 기회를 26경기나 더 줬다.
지금 장현수의 상황이 어떠한가.
지난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멕시코와 경기가 정확히 '662일' 째 되는 날이다.
한국은 1-2로 패배했다. 장현수는 한국의 2실점에 모두 관여했다. 장현수는 전반 23분 멕시코 안드레스 과르다도(레알 베티스)의 크로스를 막으려다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한국의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후반 21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가 역습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태클로 다시 한 번 실점을 내줬다.
한국은 투지를 앞세워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장현수로 인해 흐름이 무너졌다. 1차전 스웨덴전 실수에 이어 2차전에서도 부진함을 드러내자 축구팬들은 장현수를 거침없이 비난하고 있다. 장현수는 믹스트존이 아닌 다른 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2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논란의 크기는 줄지 않았다. 지금 '장현수 논란'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27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리는 독일과 F조 최종전. 사실상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경기다.
이제 그만 '장현수 논란'을 끝내야 할 때다.
논란을 끝낼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장현수를 독일전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했다. 장현수는 논란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총 27경기를 뛰면서 증명하지 못했다. 기회는 충분히 줬다. 아니 다른 선수들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기회를 누렸다. 그런데도 그는 증명하지 못했다.
실수와 실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축구의 전설 이영표와 안정환도 비판 대열에 합류할 정도였다.
대표팀 'NO.1' 골키퍼로 군림하던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2016년 6월 스페인과 친선전에서 6실점(1-6 패)을 허용하는 실책을 저지른 뒤 주전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책을 무조건 옹호하기보다 냉정하게 판단한 뒤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선의의 경쟁'이다.
신 감독은 이번 엔트리에 중앙수비수를 총 5명 뽑았다. 포지션 최다 인원이다. 장현수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을 제외하면 3명이나 더 있다.
장현수가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이 끝난 뒤 "장현수가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흔들린 건 사실이다. 수비수들이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흥민 역시 "(장)현수 형이 멘틀을 잡는데 내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심리 상태로는 회복이 쉽지 않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4년 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엔트의리' 논란에 휩싸인 홍명보 감독도 1차전 러시아, 2차전 알제리와 경기에서 박주영(FC 서울)과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이 부진하자 3차전 벨기에전에서 제외하는 선택을 했다. 대신 김신욱(전북 현대)와 김승규(비셀 고베)가 나섰다. 0-1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천하의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도 1차전 멕시코전에서 경기력 논란이 일어난 메수트 외질(아스널)을 2차전 스웨덴전에 뺐다. 외질은 뢰브 감독의 황태자이자 독일 백넘버 10번의 에이스다. 외질을 뺀 독일은 2-1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한 축구인은 "장현수는 대표팀에서 특혜를 받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증명하지 못했다. 지금 장현수를 안고 가면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기회를 주는 것은 무리수"라며 "장현수 대체자원이 없다고? 지금의 심리 상태와 주변의 비난 여론으로 인해 독일전에서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경험이 없는 다른 선수들의 상태가 장현수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독일전 출전으로 장현수 스스로 논란을 끝내는 것이다.
장현수의 활약으로 한국이 승리하고, 만약 희박하기는 하지만 16강에 진출한다면 장현수를 향한 시선은 달라질 수 있다. 비난의 중심에 있었던 김영권이 스웨덴전 활약으로 벗어났던 것처럼 말이다. 장현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마지막 독일전까지 축구팬들의 비난과 불신의 시각으로 치러야 한다. 하나 된 지지와 응원이 이뤄질 수 없다. 신 감독과 대표팀은 독일이 아닌 '장현수 논란'과 더욱 강렬하게 싸워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고, 장현수가 또 실수를 저질러 한국이 패배한다면, 러시아월드컵은 '장현수 논란의 월드컵'으로 한국 축구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