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에게 맞서 2018 러시아월드컵 '골든부트(득점왕)'를 노리는 해리 케인(24·잉글랜드)과 로멜루 루카쿠(25·벨기에)의 얘기다. 잉글랜드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2차전에서 파나마를 6-1로 대파하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케인은 이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제프 허스트(1966년)와 게리 리네커(1986년)에 이어 잉글랜드 월드컵 역사상 세 번째 해트트릭이다. 지난 16일 스페인(3-3 무)을 상대로 대회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호날두(4골)의 기세를 단번에 잠재웠다. 1차전인 튀니지전(2골)을 포함해 대회 5호 골을 넣어 대회 득점 선두로 올라선 케인은 잉글랜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5골 이상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청소년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케인은 2015~2016시즌(25골)과 2016~2017시즌(29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올 시즌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32골)에게 밀렸지만, 앞선 두 시즌보다 더 많은 30골(2위)을 쏟아 냈다. 큰 키(188cm)에도 양발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자유자재로 꽂는 능력이 일품이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그가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면 동료인 손흥민이 빈 공간을 파고들어 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팬들은 골을 폭풍처럼 몰아치는 케인을 두고 '해리 케인(해리 케인+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
출중한 실력에 리더십까지 갖춘 케인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주장도 맡았다. 잉글랜드 월드컵 대표팀 역대 최연소 주장이자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주장 중에서도 가장 어리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는 "케인은 이제 골든부트를 의식해도 된다"며 응원했다. 리네커는 잉글랜드가 유일하게 배출한 월드컵 득점왕이다. 리네커는 1986 멕시코 대회에서 6골로 골든부트를 품었다. 공교롭게도 케인의 라이벌은 같은 조에 속한 벨기에의 루카쿠다. 루카쿠는 지난 23일 튀니지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16분과 전반 추가시간에 연속골을 터뜨리며 5-2 승리를 이끌었다. 19일 파나마와 1차전에서도 2골을 넣은 그는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이래 32년 만에 2경기 연속 2골 이상 터뜨린 선수가 됐다.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대회에서 잉글랜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2골씩 꽂았다. 루카쿠는 월드컵 유럽예선 10경기에서 팀 최다골(11골·2도움)을 기록한 벨기에의 간판 공격수다. 육중한 체격(194cm·94kg)이 무기인 루카쿠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큰 키를 이용해 제공권을 완벽하게 장악하는가 하면, 대포알 같은 슈팅 한 방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발재간도 좋아 못하는 것 없는 '축구 괴물'처럼 느껴진다. 올 시즌 맨유에선 16골을 기록했다.
루카쿠의 성장 배경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자란 케인과 거리가 멀다. 생계가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먹을 것을 얻으러 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축구는 놀이보다 생존 수단이었다.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콩고 이민자 출신이라는 배경 탓에 인종차별의 설움을 겪기도 했다. 루카쿠의 성공은 매 순간 이를 악물고 달린 노력의 결실이다. 2010년 벨기에 성인 국가대표팀에 데뷔한 루카쿠는 A매치에서 역대 벨기에 선수 중 가장 많은 40골을 터뜨려 이미 전설의 길을 밟고 있다.
루카쿠와 케인은 오는 29일 열리는 벨기에와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G조 최종 3차전에서 차세대 '축구의 신' 타이틀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인다. 두 골잡이의 대결 외에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많다. 벨기에는 황금 세대로 불리는 케빈 더 브라위너·에당 아자르·무사 뎀벨레 등이 포진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프리미어리그 소속으로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잉글랜드는 마커스 래시퍼드·델리 알리·라힘 스털링 등 프리미어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이 출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