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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09. 국운을 위한 심고
얼마 전 오랫동안 부친의 호위병이셨던 K총경의 부고를 듣게 됐다. 한국전쟁 중에 선친을 보좌해 빨치산 토벌작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셨고,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리산을 함께 누비며 생사를 같이하셨던 분이다. 올해 90세로 눈을 감으셨다. 국가가 어려울 때 몸을 아끼지 않으셨던 K총경을 보내 드리면서 대한민국을 지켜 왔던 수많은 호국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의 시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미국·중국·러시아 등 각국의 정상들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고 있다. 남북 실무자 회담들이 속속 이루어지면서 벌써 통일의 청사진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북한에 철도를 개설하고 막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리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중지하겠다고 하고, 중국은 종전 선언을 보류하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충고했다. 한반도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불투명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말하자면 이제부터가 인고의 세월이다. 내 말을 못 믿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직전, 한 기자가 나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매우 강한 어조로 “한국은 월드컵 4강에 진출합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지금 대표팀 별명이 ‘오 대 빵’입니다. 어떻게 4강에 진출합니까?”라며 믿지 않았다.
그는 기자 수첩에 그날 나와 한 인터뷰 내용을 습관처럼 필기해 뒀지만 정작 기사에는 ‘16강 진출도 가능’이라고 썼다. 너무 파격적인 내용이라 기사화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날 눈앞에서 특종을 놓친 기자는 내내 아쉬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그랬다. 내가 분명히 잠룡이 용오름 현상처럼 하늘로 솟아오르듯,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했는데도 정치부 기자 중에 믿는 사람은 없었다. 2009년 초, 두 개의 별이 떨어진다고 예언했을 때도 그 별이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동안 예언을 자제했던 것은 나를 아직도 역술가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옷을 벗었다고 다 춘화(春畵)가 아니듯이, 미래를 예언한다고 다 점쟁이는 아니다. 감히 나의 생각을 말하건데 대한민국은 이제 때가 왔다. 천시(天時)에 다다랐다.
60년 전 부친께서 돌아가신 직후, 영적으로 내게 하신 말씀이 있다. ‘나는 60년 뒤,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알류강(압록강)에 있겠다’고 하셨다. 세월이 흘러 그 60년이란 시간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위해, 한민족을 위해 진심을 다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는 일당독재가 돼서는 안 된다. 항상 이를 견제하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보수는 사랑받는 보수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새롭고 젊고 건전한 보수가 등장할 때로 생각한다. 앞으로 보수는 진보적인 보수여야 한다. 이 보수 세력은 젊은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게 될 것이며,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얻게 되리라 예상한다. 더 나아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의 트루도 수상처럼 젊은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통일을 위한 준비 사업으로 한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지만 곧 불꽃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새롭고 건전하고 참신한 젊은 보수 세력이 힘을 보태게 될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