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종합 가전 유통 업체 롯데하이마트에 파견된 파트너사 직원들이 롯데하이마트 측의 부당한 `갑질`에 신음하고 있다. 성난 파견 직원들이 청화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글들. [IS 포토] 롯데하이마트의 비상식적인 '영업 갑질'에 파견 직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간스포츠 단독 확인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파트너사가 파견한 직원들에게 타사 제품을 팔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를 거부할 경우 출근하지 말 것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롯데하이마트의 정규직 직원들은 파트너사들이 지급하는 판매 인센티브인 '조인'을 파견 직원과 나눠 갖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취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수천 명에 달하는 파견 직원들은 롯데하이마트의 부당한 갑질을 알면서도 본사의 침묵과 어려운 취업 여건 등 탓에 참고 있는 상황이다.
파견 직원에게 "타사 제품 안팔아? 출근하지 마"
롯데하이마트에서 KT CS 파견직으로 KT 통신 상품을 판매했던 A씨는 지난해부터 타 가전제품 유통 매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 일해 온 롯데하이마트에서 근무를 이어 가고 싶었지만, 롯데하이마트 정직원인 모바일 담당 B팀장에게 찍히면서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씨가 B팀장에게 찍힌 이유 중 하나는 KT의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제품을 팔지 않았다는 점이다.
B팀장은 A씨를 담당하는 파트장에게 "롯데하이마트는 자기네 상품만 파는 곳이 아니라 다 파는 곳이다. 본인 회사 것만 판매하면 여기에서 어울릴 수 없다. 여기와 맞지 않다"고 얘기했다.
B팀장은 A씨에게도 "통신을 판매하는 다른 직원들이 모두 상담 중일 때만 매장에 들어와서 팔라. 그리고 너희 파트장에게 말해 둘 테니 출근하지 마라. 괜히 네가 팔았다가 나중에 클레임이 들어오면 해결하기 힘들다"고 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통신 상품을 파는 C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C씨는 "모바일 팀장이 'SK 50%, KT 30%, LG 20%의 판매 비율을 맞춰야 우리 매장의 전체 실적이 올라간다. 지금 우리 매장의 통신 부분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너희들이 자기 소속 상품만 팔고, SK를 안 팔았기 때문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C씨는 "내가 KT CS 소속이라서 KT 제품을 파는데 왜 나에게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제품 실적도 맞춰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당 수당이 우리에게 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재연 KT CS 새노조 지회장은 "KT CS 파견 직원이 KT 말고도 타사 통신 상품까지 팔라는 롯데하이마트의 요구는 오래된 고질적 문제"라며 "파견 직원들에게 '본인 소속 회사의 할당만 다 채우면 다냐'며 채근하다가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매장으로 가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KT CS는 물론이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파견 직원과 권매사(매장에서 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이 이런 내용의 갑질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다. 이 새노조 지회장은 "본사에서 '왜 우리 직원들이 타사 제품도 팔아 줘야 하냐'고 묻더라. 알면서도 도와주지 않는다. 현재 롯데하이마트에서는 통신 제품을 파는 파견 직원들이 삼중 갑질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지점장, 파견 직원 인센티브 '조인'도 가져가
롯데하이마트의 일부 지점장들이 파견 직원들의 몫인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일부 가져간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롯데하이마트는 본사가 직접 고용한 일부 정규직과 매장에 입점한 파트너사가 보낸 파견 직원들이 함께 일한다.
하지만 파트너사 중에는 전 매장에 파견 직원을 보내지 못하는 업체도 상당히 많다. 주로 규모가 작거나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국내 점유율이 높지 않은 업체들이다.
이런 업체들은 롯데하이마트에 입점하면서 제품 판매도 맡긴다. 대신 제품이 팔릴 때마다 일정 부분의 액수를 지급한다. 일종의 판매 인센티브 개념으로 현장에서는 이를 '조인'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롯데하이마트의 일부 지점장들이 파견 직원에게 타사 제품을 팔게 하고 조인 일부를 자신이 챙긴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파견 직원으로 일했던 D씨는 "일부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온 파견 직원들은 기본급이 적다. 지점장들이 이런 파견 직원들에게 'P사 제품을 팔면 나오는 조인을 나와 나눠 갖자. 네가 50~60%를 가져가라'는 식으로 일종의 딜을 한다. 내가 있던 매장에서 벌어진 것으로 흔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롯데하이마트 가전 분야는 E업체 파견 직원이 F업체 제품을 팔아도 매출 실적은 실질적으로 판매한 E업체 직원에게 주고 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한 직원에게 주어지는 것이 조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지점장들은 자신이 팔지도 않았으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파견 직원들과 일종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챙겨 간다는 것이 상당수 파견 직원들의 얘기다.
D씨는 "소속 업체의 제품군이 적고 기본급이 160만원 수준인 파견 직원들은 조인이 아쉽다. 자기가 다 팔고 지점장이 자신의 몫으로 절반을 떼어 가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마저 잃게 될까 봐 참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하이마트 측은 일부 매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법을 잘 지키고, 파트너사와 판촉사원을 지원하고 배려해주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강조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욱 노력하여 반드시 개선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판촉사원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실제로 얼마전 모 매장에서 판촉사원의 신고를 접수해 조사를 벌였고 위반사실을 확인해 관련자를 중징계 했다. 또 이 사례를 전사에 공지해 회사가 이에 대해 매우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라는 것을 알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