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개봉 무산이다. 감독 논란에 시대착오적 스토리까지 오랜세월 '명작'으로 거론된 '레옹'의 발목을 꽁꽁 묶어버린 2018년이다.
영화 '레옹(뤽 베송 감독)'의 재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예정대로라면 19일 스크린에 걸려야 하지만 볼 수 없게 됐다. '레옹'이 부정적인 재평가를 받은 현재를 지나 또 다른 의미로 재평가 받게 될 미래가 올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역사에 곤히 잠들어 있는 편이 낫다.
'레옹' 재개봉을 추진한 수입 배급사 측은 "재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들이 많이 뒤따랐다. 수입사에서는 재개봉을 위해 광고비를 지출하기도 하고 극장 개봉을 위한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색했지만 안타깝게도 극장 개봉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레옹'의 재개봉 연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뉜다.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은 뤽 베송 감독의 성추행 의혹과, 많은 논란. '논란'의 범위는 작으면서도 크다. 중년의 킬러 레옹과 12살 소녀 마틸다의 교감을 그린 스토리를 현 시점에서는 좋게 평가할 수 없다는 것. 간단하게 표현하면 '소아성애 논란'이지만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뤽 베송 감독은 최근 성추문에 휩싸였다. 여배우들과 캐스팅 담당자, 영화사 직원 등 영화계 내 다양한 인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발당했다. 뤽 베송 감독은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레옹'의 작품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감독 사건까지 터지며 '레옹'이 쌓아 온 나름의 가치는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레옹'은 재개봉 할 수 없고, 하면 안 되는 영화로 취급받기 시작했다. 재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영원으로 새겨진 레옹과 마틸다', '킬러와 소녀 전설이 되어 돌아오다' 등 포스터 문구도 비난 받았다. 그리고 직접적인 움직임은 결국 '레옹'이 큰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분위기와 반응은 2018년을 살아가며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원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비단 '레옹'의 문제만이 아니다. 또한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회적 변화다. 영화계 전체가 반드시 눈여겨봐야 마땅하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