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대한 평가는 없다. 롯데 2년 차 포수 나종덕(20)의 생존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뒤 육성 정책을 내세웠다. 나종덕, 나원탁 등 젊은 포수에게 기회를 줬다. 4월 중순 이후 나종덕으로 노선을 좁혔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김사훈을 백업으로 뒀다. 나종덕은 선전했다. 불안했던 포구, 투수와의 호흡 모두 좋아졌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한 나종덕의 역량은 한 팀의 주전으로 부족하다. 특히 80경기에 출전하며 남긴 타격 성적은 낙제점이다. 타율은 0.129, 타점은 10개에 불과하다. 그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날이면 응원이 들끓었다. 비난보다 격려가 컸다. 문제는 롯데의 성적. 전반기를 7위로 마쳤고, 후반기도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마운드가 불안한 이유로 연륜 있는 포수의 부재를 꼽는 시선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구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2016년에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긴 재활기를 가진 안중열(23)이 복귀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했고 전반기 최종전에선 선발로도 나섰다.
능력치가 두루 높은 선수다. 근성과 파이팅도 있다. 부상 탓에 온전하지 않던 2루 송구도 회복세에 있다. 무엇보다 공격 기여도가 높다. 강민호의 백업으로 기회를 얻던 2015시즌엔 수차례 클러치 능력을 보여줬다. 신체조건(키 175cm·몸무게 87kg)에 비해 펀치력이 있다. 조원우 감독도 "방망이에 소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투수와의 호흡, 공격력 모두 안중열이 낫다. 롯데는 당장 1승이 시급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답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전반기 내내 기회를 부여해 이제 막 잠재력을 끌어낸 나종덕을 바로 백업으로 돌리기도 주저된다.
내년 시즌엔 현재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김준태(24)도 돌아온다. 2016시즌, 백업 경쟁에서 안중열보다 앞선 선수다. 강민호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나원탁도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감은 없어도 될 수 있는 후보는 선수는 많다는 얘기다.
나종덕은 신체조건, 자질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타격 능력도 예단은 이르다. 그러나 이제는 육성 정책의 수혜자로 기회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원우 감독도 "가장 잘 하는 선수가 주전 포수다"고 했다.
후반기 첫 두 경기에선 나종덕이 선발 출장했다. 안중열의 1군 적응기를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5강을 향해 스퍼트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험이 계속될 수도 없다. 기회를 잃으면 주전 확보가 멀어진다는 얘기다. 나종덕이 롯데 안방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