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울분이 한계를 마주한 형국. 결국 집단행동을 통해 발산했다. 온라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NC의 3개 팬사이트가 연합했다. 팬 50여 명이 지난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넥센전을 앞두고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미 이틀 전인 19일부터 예고됐다. 이들은 황순현 대표이사, 배석현 경영본부장, 김종문 단장대행 그리고 박보현 운영팀장을 '적폐 4인방'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했다. 팻말과 스티커 7000장을 배부했다.
구단이 지난 6월 3일 단행한 사령탑 경질 건의 여진이라고 볼 수 있다. NC는 초대 김경문 감독 대신 유영준 단장을 대행으로 내세웠다. 사상 초유의 촌극이었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뒷돈 트레이드를 주도한 실무자가 사태를 매조지지 않고 현장으로 이동한 것도 문제로 여겨졌다.
당시 일부 팬은 플래카드와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역사를 잊는 구단에 미래는 없다'라는 문구를 통해 전임 감독을 향한 예우가 부족했던 구단의 결단을 비판했다. 이번엔 지난 14일 알려진 전준호 작전코치의 2군행이 도화선이 된 듯하다. 이미 몇몇 코치들이 팀을 떠났고, 보직 이동이 있었다. 팬들은 전 코치가 프런트에 의해 자리를 잃었다고 판단했다. 계획된 2차 인사에 의해 '칼바람'을 맞았다고 본 것. 거듭 설득력이 떨어지는 인사를 단행한 구단에 분노했다.
구단은 전 코치의 이동에 당위를 전했다. "1·2군 지도자 사이 소통이 원활하고, 2군 선수들의 주루 능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 입장. 그러나 한 내부 인사는 "김경문 감독이 떠난 뒤 전 코치의 행보는 다소 문제가 있었다. 새 코치진과 단합을 해치는 모습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NC는 유 대행 체제로 16승20패(승률 0.444)를 기록했다. 종전 승률은 0.339에 불과했다. 전반기 마지막 네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발판을 만들었다. 박민우·로건 베렛 등 주축 선수들이 반등했다. 유 대행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유연한 더그아웃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투수 이형범, 야수 김찬형 등 새 얼굴들이 경험을 쌓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팬들은 집단행동을 했다. '정의와 명예 그리고 존중이 사라졌다'며 말이다. NC 프런트가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성적 부진 때문에 거행한 집단행동이 아니다. 단장의 현장 이동이라는 비정상적인 결단을 내렸을 때부터 우려가 커졌다. 의도적으로 실패를 자초하는 팀은 없다. 나름대로 최선의 결단이었을 것이다. 다만 프로 구단다운 품위와 절차를 무시하고 그저 '성적으로 증명하겠다'는 의지만 전했다. 모든 결단에 해명할 순 없다. 그러나 팬, 언론 등 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개체와 최소한의 소통은 필요하다. 팬들의 분노는 프런트의 '월권'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일시적인 성적 반등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번 시위로 황 대표와 팬들 사이에 간담회가 이뤄졌다고 한다. 22일 넥센전 시작에 앞서 전광판에 향후 구단의 다짐을 게재하기도 했다. KBO는 지역 야구 활성화를 위해 올해 올스타전을 울산에서 개최했다. 내년에는 신축 구장이 들어서는 마산이 0순위다. 축제 열기가 온전히 발산될 수 있을까. 팬심(心)에 부응하는 NC 프런트의 행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