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개인 기록 경쟁 중 하나가 '도루'다. 3파전으로 좁혀진 상황. 로저 버나디나(KIA)가 25개로 1위에 올라있고, 이용규(한화 24개)와 박해민(삼성 23개)이 사정거리 안에서 추격하고 있다. 세 선수를 제외하면 20개를 넘긴 선수가 없어 이중에서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되더라도 의미가 있다. 우선 박해민은 4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 중이다. KBO리그 역대 2명(정근우·이대형)밖에 밟아보지 못했고,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이다. 누구보다 기록에 대한 가치를 선수가 잘 안다. 박해민은 "하고 싶다. 4년 연속 도루왕은 역대 2명만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라고 의욕을 나타냈다. 박해민이 도루왕에 오른다면 2014년 김상수를 포함해 삼성 소속 선수가 5년 연속 타이틀을 가져가게 된다. KBO 역대 처음이다.
버나디나는 사상 첫 외인 도루왕을 노린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도루는 국내 선수의 전유물에 가까웠다. 1999년 한화 데이비스(한화 5위) 2000년 타바레스(해태 2위) 2001년 마르티네스(삼성 4위) 정도가 도루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테임즈(NC)가 40-40 클럽 달성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찍었지만, 도루는 최종 5위(1위 박해민·60개)였다. 버나디나는 지난해 32개를 성공시켜 박해민에 8개 뒤진 2위. 올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KBO리그 데뷔 후 통산 도루 성공률이 80.3%일 정도로 순도가 높다.
이용규는 이글스 첫 도루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2년 KIA 소속으로 도루왕을 차지한 이용규는 이후 도루수가 급감했다. 잔부상이 겹치면서 경기 출전 횟수가 줄어든 게 컸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현재 페이스라면 6년 만에 개인 30도루가 사정권이다. 시즌 도루 성공률이 70% 안팎으로 높지 않지만,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을 바탕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있다. 한화 소속으로 도루왕에 근접했던 선수는 2001년 김수연(당시 42개)이 유일하다. 시즌 30도루도 2014년 정근우 이후 3년 동안 명맥이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