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클럽 축구 최고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판도가 바뀔 것인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UCL은 '스페인 천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속 클럽들이 유럽 정상을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2009년 바르셀로나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까지 10년간 무려 7회를 스페인 클럽이 정상을 차지했다. 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인 바르셀로나가 3번(2009·2011·2015), 레알 마드리드가 4번(2014·2016·2017·2018) 우승을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3연패와 함께 스페인 클럽이 무려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인터 밀란(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2012)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2013) 등이 간혹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2018~2019시즌 UCL을 앞둔 지금 '스페인 천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스페인 양대 산맥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과도기'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 4번의 우승컵을 안겨 줬던 'UCL의 사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났다. 가장 큰 변수다. UCL 최초로 6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호날두가 있었기에 레알 마드리드도 4번이나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아직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바르셀로나 역시 리오넬 메시는 건재하지만 파괴력이 예전 같지 않다. 사비 에르난데스(알 사드)에 이어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가 떠나면서 바르셀로나 황금기를 이끈 '세기의 트리오' 메시-이니에스타-사비 조합이 완전히 분열됐다. 그리고 메시를 포함해 이반 라키티치, 세르히오 부스케츠, 루이스 수아레스 등 바르셀로나 핵심 선수들은 30대를 넘어섰고, 새롭게 영입한 신예들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과도기에 접어든 지금, 다른 국가 클럽들이 유럽 정상을 넘보고 있다. 역시 '스페인 천하'를 무너뜨릴 만한 1순위 후보는 이탈리아다. 'UCL의 황제' 호날두를 품었기 때문이다.
호날두가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신체 나이가 20세라고 전해지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유벤투스는 UCL 우승이 첫 번째 목표다. 아니 유일한 목표다. 세리에 A 7연패, 코파 이탈리아 4연패 등 이탈리아에서 적수가 없다. 유럽 제패만을 바라보고 있다. 유벤투스가 UCL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6년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기회가 없진 않았다. 2015년과 2017년 결승까지 올랐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마지막 2%가 모자랐던 것이다. 이를 호날두가 채울 수 있다. 지금 전력에 호날두가 가세한다면 우승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호날두가 합류한 유벤투스가 올 시즌 UCL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이유다.
호날두는 UCL을 주시하고 있다. 그는 유벤투스 입단식에서 "나는 유벤투스 동료들과 함께 유벤투스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벤투스를 경험한 '전설' 안드레아 피를로 역시 "호날두가 유벤투스에 입단해 너무 기쁘다. 유벤투스가 필요로 하는 특별한 것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영입으로 UCL 우승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스페인 제국을 무너뜨릴 만한 후보는 프랑스다.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으로 프랑스 축구는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대표팀에 이어 클럽 축구에도 영광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프랑스는 1993년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가 차지한 UCL 우승이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다. 올 시즌 파리 생제르맹이 대표 주자로 나선다. 파리 생제르맹 역시 프랑스 리그1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 목표는 오직 UCL 정상이다.
호날두와 메시를 이을 차세대 주자가 모두 파리 생제르맹에 속해 있다. 킬리안 음바페와 네이마르다. 러시아월드컵 최고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월드컵의 흐름을 이어 간다면, 여기에 네이마르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파리 생제르맹이 유럽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이 파리 생제르맹 데뷔 해였다. 적응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적응을 끝낸 두 선수가 2년 차에 폭발할 수도 있다. 또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에딘손 카바니 역시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 UCL 우승 행보의 '화룡점정'은 잔루이지 부폰의 영입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에 합류한 부폰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자 최고의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다. 경험이 부족한 파리 생제르맹의 중심을 잡아 줄 핵심 선수다.
음바페는 UCL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파리 생제르맹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부폰이 왔다. 부폰의 경험이 파리 생제르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부폰의 합류가 UCL 우승으로 가는 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