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마치 바늘로 얼굴을 콕콕 찌르는 듯 햇볕이 내리쬐고, 뙤약볕에 오래 걷지 않아도 머리가 띵하다. 정말 폭염에 온몸이 축 늘어진다. 어디 시원한 물에 그냥 몸을 푹 담그고 싶다. 이런 용광로 같은 더위를 날려 버릴 만한 무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침 염천 때 열리는 축제가 있어 소개한다. 이 무더위를 어느 정도 가시게 할 만한 축제다. 전남 장흥과 강원도 평창 물축제가 그것이다.
찜통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정남진장흥물축제
전남 장흥은 서울 광화문에서 정 남쪽에 있다. '정남진'이라고 하는 이유다. 물론 여전히 잘 모르지만 말이다. 11년 전 장흥에서 복더위에 더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축제를 마련했다. 사방에서 튀어 오르는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름 최고의 축제 '정남진장흥물축제'가 그것이다. 올해는 오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장흥군 장흥읍 탐진강 수변공원과 편백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정남진장흥물축제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물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1회째다.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더 강렬하고 더 시원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정남진장흥물축제는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난다. 우선 읍내 곳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게릴라 부대와 물싸움 한판을 벌이는 거리 퍼레이드 '살수대첩'이 준비돼 있다. 참가자들은 오는 28일 토요일 오후 1~3시 장흥군민회관을 출발해 중앙로를 거쳐 축제장인 장흥교 주차장까지 행진한다. '살수대첩이 들려주는 장흥 이야기'를 주제로 거리 곳곳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여기저기서 물 폭탄이 떨어진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 모두가 어우러져 물축제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개막일인 27일부터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탐진강변에서 사방에서 정신없이 날아오는 물 대포와 물 풍선·물총이 한데 어우러진 지상 최대의 물싸움이 펼쳐진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신나게 물총을 쏘며 전쟁을 벌이다 보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특히 올해는 장흥물축제를 대표하는 새로운 킬러 콘텐트를 마련했다. 지상 최대 물 풍선 싸움이 그것이다. 시원한 물이 담긴 어른 주먹만 한 빨간색·파란색·노란색 풍선 20만 개가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물 폭탄을 터뜨린다. 300드럼 약 60톤의 시원한 물이 만들어 내는 색색의 난장 파티가 관광객들에게 시원한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상대편 여왕을 향해 물총을 쏴서 여왕의 흰색 조끼가 가장 깨끗한 팀이 승리하는 ‘여왕을 지켜라’, 어린 시절 운동회 때 해 봤던 박 터뜨리기의 수중 버전인 ‘물 풍선으로 박 터뜨리기’, 제한 시간 안에 많은 양의 물을 옮긴 팀이 이기는 ‘물 옮기기 게임’ 등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즐거운 프로그램이 많다.
이 밖에도 백사장·파라솔·선 베드 등을 설치해서 해변 분위기가 물씬 나게 꾸민 휴식 공간인 장흥 플라주와 수중 포토 존, 트릭 아트 존으로 재미를 선사할 굴다리 미술관도 새롭게 선보인다.
평창에서 더위를 사냥하라
강원도 평창은 평균 해발이 700m다. 그래서 차를 몰고 평창에 접어들면 '해피(Happy) 평창 700'이라는 글귀를 자주 볼 수 있다. 해발이 높은 덕분에 여름에도 시원하다.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20도 안팎이어서 에어컨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곳이 평창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름에도 시원한 평창이지만 한 톨 남은 더위마저 완전히 박멸할 물축제를 마련해서 휴가철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018 평창더위사냥축제'가 그것이다. 오는 27일 개막해서 8월 5일까지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뜨거운 태양도 두렵지 않은 평창에서 '화이팅 썸머'라는 주제로 열리는 축제의 메인 무대인 땀띠공원엔 매일 수천 톤의 차가운 물이 솟아올라 더위를 씻어 준다. 뼛속까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물풀장과 물놀이장은 축제 때만 연다. 땀띠공원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로 목욕하면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더위 잡는 사냥꾼들의 놀이터인 더위사냥축제는 물총 싸움 '땀띠귀신사냥 워터 워(Water War)'와 '더위 터뜨리기 물풍선 난장' '게릴라 물총 게임', 대나무에 구멍을 내서 물싸움을 벌이는 '대나무 물총 체험' 등을 준비, 시원한 물놀이 마당에서 펼쳐진다.
또 에어 바운스 물놀이, 지상 최대의 워터 캐넌이 열리고 더위 잡이 음식 빙수와 얼음 화채 등 다양한 체험 거리를 즐길 수 있다. 물놀이 프로그램뿐 아니라 캠핑 체험, 맨손 송어 잡기와 각종 공연도 준비돼 있다.
사실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광천동굴탐험이다. 다른 물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프로그램인데 축제에 맞춰 1년에 딱 한 번 이 시기에만 개방한다.
정확한 이름은 광천선굴인데 연중 평균기온이 섭씨 14도밖에 되지 않는다.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온도여서 최적의 피서지라고 할 수 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온 세상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암흑 체험도 준비돼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서늘해서 정말 등골이 오싹한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