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에 진출한 이재성(26·홀슈타인 킬)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부 프리시즌 친선경기 무대에서 홀슈타인 킬 유니폼을 입고 처음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재성은 29일(한국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이스마닝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에이바르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33분 하인츠 뫼르셸(21)과 교체돼 처음으로 독일 무대를 밟았다. 경기는 2-3 홀슈타인 킬의 패배로 끝났지만, 이재성은 교체 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약 12분 가량 뛰며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선보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성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독일로 건너온 지 약 48시간 만에 치른 경기인데다 동료들과 처음 발을 맞춰보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기대감을 보일 만한 활약이었다. 소속팀 홀슈타인 킬 역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성이 처음으로 훌륭한 기술을 보여줬다"며 그의 활약에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일사천리, 48시간 여 만에 성사된 데뷔전이다. 입단하자마자 이재성을 경기에 내보낸 건 홀슈타인 킬이 그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품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홀슈타인 킬은 이재성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부터 그의 빠른 합류를 간절히 요구했다. 이 때문에 전북 고별전도 못하고 급하게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26일 밤비행기로 그를 불러들인 홀슈타인 킬은 27일 입단식 직후 곧바로 친선경기에 출전시키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재성은 아직 시차 적응도 하기 전에 홀슈타인 킬 팬들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약 48시간 만에 데뷔전을 치른 이재성의 모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데뷔하던 당시의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을 연상케 한다. 2009년 8월, FC 서울을 떠나 볼턴 원더러스와 계약을 맺은 이청용은 13일 밤 영국에 입국해 다음날 한 차례의 팀 훈련만 치른 상태에서 2009~2010시즌 EPL 1라운드 선덜랜드와 경기에 출전해 데뷔전을 치렀다. 얼마나 갑작스러운 데뷔전이었던지, 경기 후 이청용은 "시차 적응이 안됐다. 비몽사몽 간에 경기를 치렀다"고 할 정도였다.
이청용이 영국에 도착한 지 이틀도 안된 상황에서 데뷔전을 치른 건 그를 영입한 게리 멕슨(59)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볼턴이 그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프리시즌 친선경기이긴 하지만, 홀슈타인 킬 역시 이재성에게 비슷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낟. 아직 팀에 완벽히 적응하기도 전에 이재성을 경기에 출전시킨데다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안겨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팀 발터(43) 감독도 "이재성은 개성이 강한 선수다. 폭발적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볼을 빼앗는 데도 유능한 선수"라며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틀 만에 데뷔전을 치른 '선배' 이청용은 한 달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순조롭게 팀에 적응하며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이청용의 데뷔 시즌 성적은 40경기 5골 8도움으로, 볼턴 구단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 올해의 신인 선수상, 올해의 톱3 등 4관왕을 휩쓸기도 했다. 톰 밀러의 태클에 당해 부상당하기 전까지 승승장구하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이후에도 '소년가장' 역할을 해내며 볼턴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안 그래도 생김새부터 플레이까지 '이청용 닮은 꼴'로 불리던 이재성이다. 과연 이재성도 '선배' 이청용처럼 순조롭게 적응에 성공해 팀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성은 8월 3일 열리는 2018~2019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개막전 함부르크SV 원정 경기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