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합 우승의 원동력이었던 KIA의 막강 선발진은 현재 크게 구멍 난 상태다. 당분간 선발진은 첩첩산중이다.
KIA는 지난해 팀 타율 0.302의 화끈한 공격력과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8년 만에 우승했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는 KBO 리그 32년 만에 한 팀에서 동반 20승을 달성했다. 여기에 8승을 거둔 임기영은 KIA 마운드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75회로 최다 1위. 선발진과 공격력이 우승을 견인한 것이다.
그런데 선발진은 1년 만에 거의 붕괴 수준이다. 양현종을 제외하면 모두 이탈한 상태로 부진하다. 헥터는 8승7패 평균자책점 4.64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팻 딘은 전반기 2승6패 평균자책점 6.22로 퇴출 후보로 꼽혔을 정도다. 임기영은 구위 저하로 선발과 중간을 오갔고, 결국 5승8패 평균자책점 5.98의 기록을 남긴 채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5선발 한승혁은 5승9패 평균자책점 5.90에 그쳤다. 올해 선발진 퀄리티스타트는 35회로 공동 7위에 그치고, 그마저도 후반기 12경기에선 양현종이 기록한 두 차례밖에 없다.
양현종 홀로 선발 마운드를 굳건하게 지켜 주고 있다. 선발진 중 유일하게 단 한 번의 2군행 혹은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없다. 시즌 성적은 9승8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하고 있다.
외롭게 마운드를 지켜 오던 양현종도 최근 들어 다소 지친 기색이다. 3월, 4월, 5월 모두 2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렸으나 6월과 7월에는 평균자책점이 4점대로 떨어졌다. 지난 28일 삼성전에선 직구 평균 구속도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 날 선발투수 예고조차 쉽지 않다. 헥터는 28일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상황은 심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불펜으로 전환된 팻 딘이 29일 헥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갑자기 선발 등판했다. 6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에 마흔세 살 베테랑 임창용이 최근 2경기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는 상황.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투구 수는 각각 74개와 87개. 임창용이 등판한 경기에선 불펜 소모가 크다.
5선발 한승혁은 기복이 심해 아직 믿음을 주기엔 부족하다. 선발진에 한 자리가 비어 있어 지난 25일 한화전엔 황인준이 임시 선발로 나섰지만 2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헥터와 임기영이 엔트리 등록이 가능한 열흘을 채우고 바로 복귀해도 지난해만큼 기량을 보여 주지 못한다면 선발진 강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발진 부진 속에 KIA는 최근 7위까지 추락했다. 5위 삼성과는 2게임차, 8위 롯데와는 반 게임차. 다음 주에는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와 주 중 3연전을, 선두 두산과 주말 2연전을 치른다. 두 팀과 상대 전적에서 모두 열세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 전력 투구가 필요한 상황, 선발진 일정이 녹록지 않은 데다 다음 주 일정까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