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올 상반기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반쪽짜리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원화 강세와 고정비 부담, 재고 축소를 위한 판촉 비용 증가가 두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환율 불안 등으로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각오다.
상반기 영업이익 '폭락'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매출액 47조1484억원, 영업이익 1조63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 37.1%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비우호적인 환율 여건과 공장 가동률 하락 등에 따른 고정비 부담 상승 등 영향이 컸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율 악화에 따라 자동차 부문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37조100억원에서 올해 36조2410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더욱이 같은 기간 해당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9600억원에서 8510억원으로 반 토막 나기까지 했다.
기아차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이 4.4% 증가한 138만5700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16.3% 감소한 6582억원에 그쳤다.
기아차 관계자는 "판매 확대와 단가 상승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원화 강세와 재고 축소를 위한 인센티브 증가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대외 변수에 '첩첩산중' 하반기
문제는 하반기에도 급격한 실적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데 있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확산과 환율 변동성, 리콜 가능성 등이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국내외 환율은 여전히 불안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2분기 1078원에서 1100원으로 올라 수출 가격 경쟁력 개선을 예상하고 있지만 수출 대상국인 신흥국 환율도 오를 경우 오히려 판매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에어백 결함으로 50만 대를 리콜해야 하는 등 리콜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 위기 등도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수입차 및 부품에 20~25%가량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차와 부품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는 등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차·SUV 강화로 돌파구
현대·기아차는 남은 하반기 동안 친환경차와 SUV 등 다양한 신차를 쏟아 내 판매 목표 달성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중국에서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현지 전용차 '라페스타'를 잇따라 출시한다.
또 투싼 개조차와 신형 싼타페를 투입해 급격하게 성장 중인 SUV 수요에 대응한다.
미국에서는 하반기에 신형 싼타페 시작으로 엘란트라 개조차, 투싼 개조차 등 다양한 볼륨 신차를 선보인다. 여기에 제네시스 G70의 본격 판매로, 공장 가동률 개선도 꾀한다.
기아차 역시 하반기에 신형 K3·K9 등 주요 승용차들을 미국과 중동·아프리카 시장 등에 잇달아 출시할 계획이다.
소형 SUV 전기차 니로 EV도 하반기에 유럽, 미국 등 주요 시장에 함께 선보이며 신차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통상 환경 악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신차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한편 위기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