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우선 지명을 받은 선수다. 부산고 1학년 때부터 주목받았고 2011년 화랑대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서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신생팀 NC는 유망주를 실천에서 육성시켜야 했다. 이민호도 그런 기조 속에서 연차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았다.
문제는 명확한 임무를 부여받지 못했다는 것. 2015시즌 기록이 대변한다. 64경기에 등판했고 홀드 10개를 해냈다. 선발 등판도 여섯 차례 있었다. 2016시즌엔 선발로 시작해 다시 불펜투수로 전향했다. NC는 마운드에 체계가 잡히면서 강팀으로 거듭나는 시점이었다. 이민호는 계속 '마당쇠' 역할을 했다. 팀 기여도가 높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스윙맨은 입지와 정체성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고정 보직이 생겼다. 마무리투수다. 전임 임창민이 우측 팔꿈치 인대 재건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됐고 빈 자리를 대신했다. 김경문 전 감독이 있을 때는 2이닝 이상 소화하는 경기도 있었다. 다른 불펜투수가 쉬어야 하거나 부진할 때 그가 부담을 안았다. 유영준 감독 대행 체제에선 가급적 1이닝만 소화한다. 김진성, 원종현 등 시즌 초반에 부진했던 베테랑 불펜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온 덕도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생긴다. 5월까지 등판한 17경기에선 평균자책점 5.29·이닝당 출루허용(WHIP) 1.41명·피안타율 0.286를 기록했다. 임시 딱지를 완전히 떼고 등판 관리를 받기 시작한 6월 이후에는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93·WHIP 1.11명·피안타율 0.233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2연속 우세 시리즈를 거둔 지난주에도 1승2세이브를 기록했다. 실점은 없었다. 7월 25일 사직 롯데전에선 위기에서도 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9-6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한 그는 하위 타순 타자와 대타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만루에 놓였지만 손아섭과 이대호, 상대 주축 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리드를 지켜냈다. 이후 등판한 두 경기는 피안타조차 없었다. 6월 이후에만 10세이브를 기록했다. 최근 NC 타선도 이전보다 무게감이 생겼다. 데뷔 첫 20세이브도 바라볼 수 있다. 7월 마지막 경기를 기준으로 8개가 남았다.
임창민이 복귀해도 이민호에게 마무리투수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 전력 향상과 리빌딩, 두 가지를 도모할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보직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연투·긴 이닝 소화도 할 수 있는 투수가 됐다. 마무리투수지만 변수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민호의 경쟁력이다.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는 올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시즌 중간에 감독도 교체됐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클로저' 이민호는 그런 NC에 가장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