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FC 공격수 나상호(22)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김학범호의 '비밀 병기'다. 차출이 늦어진 해외파 손흥민(26·토트넘)과 황희찬(22·잘츠부르크)을 대신해 조별리그 1·2차전에 선발 출전할 공산이 크다.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은 1·2차전을 조별리그 승부처로 보고 있다. 나상호는 지난달 30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태극마크를 단다는 건 결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긴장되고 걱정되지만, 몸 관리를 잘했고 컨디션도 좋기 때문에 즐기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뛰겠다"고 말했다.
프로 2년 차 나상호는 믿음직한 국내파 '공격 카드'다. 올 시즌 소속팀 광주가 치렀던 21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11골을 몰아치며 당당히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광주가 터뜨린 총득점(26골)의 절반에 가까운 42%를 책임진 셈이다. 최근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직전 경기인 지난달 28일 성남 FC와 리그 21라운드에서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신인 선수였다. 주로 벤치를 지키다 후반에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뛰는 식이었다. 공교롭게도 반전의 계기는 김학범 감독과 만남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광주 사령탑에 부임한 김 감독은 나상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출전 기회를 늘렸다. 그러면서 "공격수는 체력이 중요하다. 체격과 근력을 키워서 '통통' 튈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스피드가 뛰어난 데 비해 몸싸움에선 약한 모습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는 나상호의 축구 인생을 바꿨다.
그는 곧장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달려갔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근력 운동에 매달렸다. 덕분에 그는 기존 체중 70kg(키 170cm)을 유지하면서 체지방률이 14%에서 9%로 낮아졌다. 영국 미러에 따르면 호날두가 지난달 유벤투스에 입단을 앞두고 진행한 메디컬 테스트 결과, 체지방률이 7%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선수들의 평균인 약 10%보다 3% 적은 수치다. 나상호는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몸은 더 가벼워졌고, 체력과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면서 "운동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대신 어떤 수비수를 만나도 이겨 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아구에로처럼 다부진 체격에도 빠른 공격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골결정력을 높이기 위한 특훈도 했다. 그는 프리 시즌 기간 팀 훈련 이후 항상 슈팅 50개를 추가로 찼다. 동료에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수비 견제를 부탁하는가 하면, 코칭스태프에게 패스를 받아 실제 경기 중 골 찬스를 재연하기도 했다. 모두 실전에서 득점 기회를 맞이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했다. 나상호는 "수비에 쫓긴다고 생각하니 긴장돼 연습 중에 헛발질하는 장면도 나왔다"며 "연습을 실전처럼 했기 때문에 시즌 중 비슷한 상황에서 공을 잡으면 오히려 침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상호의 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동갑내기 황희찬과 골을 합작하는 것이다. 금호고 시절 나상호는 포항제철고에서 뛰던 황희찬과 함께 고교 최고 골잡이 랭킹 1·2위를 다퉜다. 2014 K리그 주니어리그에서 금호고의 우승을 이끈 나상호는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왕까지 휩쓸었다. 하지만 고교 졸업 이후 둘의 명암이 엇갈렸다. 나상호가 단국대를 거쳐 광주에 입단하는 동안 황희찬은 유럽 무대를 누비며 빅리그가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나상호는 "(황)희찬이는 라이벌보다 동기부여가 되는 좋은 친구다. 희찬이를 보면서 나도 빨리 큰 무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오랜만에 희찬이와 발맞추는 만큼 힘 모아 우승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게 된 데 대해 "(손)흥민이 형은 슈퍼스타다. 친해지고 싶지만, 아마 멀리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인터뷰 말미에 이번 대회에서 몇 골을 넣고 싶냐고 묻자 나상호는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이 있는 날이 생일이다. 이날 꼭 골을 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