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인가. 2018년 세계 축구 최고의 감독에게 주어지는 FIFA 남자 감독상이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FIFA는 지난달 25일 남자 베스트 감독상 후보 10인을 발표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유벤투스)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러시아 대표팀) 즐라트코 다리치(크로아티아 대표팀) 디디에 데샹(프랑스 대표팀) 호셉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위르겐 클롭(리버풀)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벨기에 대표팀) 디에고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잉글랜드 대표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바르셀로나)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등이 선정됐다.
후보는 10명이지만 '이파전'이다. 유력한 2인은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을 이끈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과 UCL 정상을 차지한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다. 프랑스 축구 전설들의 전쟁이다. 두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아트사커'를 창조하며 프랑스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합작한 영웅이다.
데샹 감독은 프랑스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에 프랑스에 월드컵 우승컵을 안겼다. '젊은 아트사커'의 등장이었다. 공격과 중원 그리고 수비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프랑스 전성시대'를 선포했다.
지단 감독은 UCL 3연패를 일궈 냈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무려 42년 만에 일궈 낸 기록이다. 1992년 현재의 UCL로 재편된 뒤 나온 첫 번째 3연패다.
데샹과 지단의 전쟁은 곧 월드컵과 UCL의 전쟁이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 FIFA 감독상 과거를 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2010년 초대 수상자는 조제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이었다. 월드컵이 열린 해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끈 스페인이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도 수상자는 무리뉴 감독이었다. 인터 밀란을 트레블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무리뉴 감독의 인터 밀란은 세리에 A·코파 이탈리아·UCL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스페인의 첫 월드컵 우승보다 가중치를 높게 둔 것이다.
2014년에는 월드컵이 UCL을 눌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전차 군단의 수장 요아힘 뢰브 감독이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레알 마드리드를 UCL 우승으로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뢰브 감독에게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UCL 10회 우승(라 데시마)은 달성했지만 월드컵 챔피언 독일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월드컵이 없는 해에는 대부분 UCL 챔피언 감독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2013년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감독·2015년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2017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수상자에 선정됐다.
예외도 있었다. 2012년에는 유로 2012 우승으로 스페인을 메이저 대회 3연패(유로 2008·유로 2012·2010 남아공월드컵)로 이끈 델 보스케 감독에게 돌아갔다. 2016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영광을 안았다.
월드컵의 해, 2018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결과는 오는 9월 2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