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랜드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판단했던 사업군까지 속속 접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야심 차게 운영해 왔던 커피·차 프랜차이즈 '커피빈 앤 티리프(이하 커피빈)'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업계는 다양한 사업군에서 문어발 경영을 해 온 이랜드가 패션과 유통 등 일부 핵심 부분을 제외하고 사업을 접는 수순을 계속 밟아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에 1000호 점 낸다더니… 2년 만에 폐업 이랜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 커피빈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이랜드는 최근까지 중국 상하이 등지에 매장 17곳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채산성 악화로 지난 5월부터 철수 작업을 시작했고, 이달 안에 중국에 있는 모든 커피빈 점포 폐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랜드는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커피빈 1호 점을 개점한 뒤 2년 만에 커피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중국 커피 사업은 이랜드의 청사진이었다. 이랜드는 중국이 향후 세계 최고의 커피 소비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2015년 8월 글로벌 커피 브랜드인 커피빈의 중국 내 독점 사업권을 인수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운영 중인 뉴코아몰에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이랜드의 외식업체인 '자연별곡'과 커피빈을 입점해 식음료 문화까지 이끌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랜드는 2010년부터 중국에 직접 론칭했던 커피 전문점인 '루고'를 모두 정리했다. 2016년 3월에는 상하이에 150평 규모인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커피빈은 커피와 차를 동시에 판매해서 중국 내에 소구력이 있다. 20년 안에 중국에 커피빈 1000호 점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모기업의 자금난이 발목을 잡았다. 커피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국내에도 100평대 2~3층 규모인 커피 전문점을 내는 것이 트렌드였다. 그러나 상당수가 운영·유지비에 부담을 느끼고 매장을 축소하거나 외연 확대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랜드가 이를 감당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의 커피 시장은 스타벅스가 사실상 장악했다"며 "커피빈이 스타벅스 등과 경쟁하려면 입점해야 하는 지역이 있는데, 이런 곳은 유지비가 상당한 편"이라고 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커피빈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비효율 사업을 접는 도중에 커피빈 사업 철수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늪에서 못 벗어나는 이랜드
이랜드가 부채와 유동성 위기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랜드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2017년 말 연결 기준 198%에 이른다. 주요 계열사인 이랜드건설(569.35%),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353.74%), 이랜드파크(337.17%) 등의 부채비율도 300%를 넘는다. 이랜드크루즈, 올리브스튜디오, 이랜드스튜디오는 자본잠식 상태로 사실상 지급 능력이 없다.
외식 사업을 하는 이랜드파크는 지난해 말 매장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생 4만여 명의 급여 83억72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랜드는 '캐시카우'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2017년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와 생활용품 전문점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총 1조6000억원에 매각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해 말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1000억원 유상증자, 올해 2월에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공동투자 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을 받았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보유한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와 자연별곡 등을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현재 부채비율이 그룹 연결 기준 168%까지 떨어지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커피빈은 사업권을 반납하고, 중국에서 현재도 잘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패션·유통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