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게임 전시회인 '차이나조이 2018'이 오는 3~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차이나조이는 30조원이 넘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의 대표 게임 전시회로서, 전 세계 주요 게임사들이 총출동하는 게임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게임사들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중국 수출길이 1년 5개월째 막혀 있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상황이 곧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중국 사업은 아예 손 놓았다고 거리낌 없이 말하는 게임사도 있다. 일부에서는 '도대체 정부는 뭘 하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3대 게임쇼 '차이나조이' 개막…구경꾼 된 한국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차이나조이는 세계 3대 게임 전시회로 성장했다. 비디오게임 위주인 미국 'E3', 유럽 최대의 게임 전시회인 독일 '게임스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규모와 내용 면에서 커졌다.
특히 단일 게임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차이나조이는 전 세계 주요 게임사뿐 아니라 관계자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게임사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B2C관에 참여하는 게임사는 전무하고, 기업 대상 전시관인 B2B관에 카카오게임즈 부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한국공동관 정도만 들어간다. 2년간 B2B관에 부스를 마련했던 위메이드는 이번에 참가하지 않는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빅3 게임사는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을 선보이는 정도다. 신작 소개를 위한 행사도 없다. 직원들을 대규모로 파견하지도 않으며 해외 파트와 관련한 직원만 몇몇 참관할 예정이다.
빅3 게임사 관계자는 "우리 게임이 나가는 게 없어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임원들도 트렌드를 보기 위해 전시장을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꽉 막힌 중국 시장… 망부석된 한국 게임사들
한국 게임사들이 차이나조이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길이 막혀 있어서다.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판호(서비스 허가증)를 받아야 하는데, 사드 사태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작년 초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과 '레드나이츠'에 대해 판호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업계는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사드 갈등이 완화되면서 판호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풀리기는커녕 중국 정부 내 주무부처가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중앙선전부 산하 부서로 바뀌면서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선전부는 당과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작업을 하는 곳으로, 한류 문화를 담은 한국 게임에 대해 더욱 까다롭게 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게임사들은 중국 진출에 체념한 상태다.
빅3 게임사 관계자는 "판호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어 중국 사업에 대해 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고 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자체 개발작으로 중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막히다 보니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IP(지식재산권) 사용권을 넘기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 중국 게임사가 IP를 활용해 개발한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게 되는데 한국 게임사로서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가 한국 업체의 게임 리소스를 5000만원에 사 가서 게임을 만든 다음 5억원에 팔아먹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중견 게임사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들의 문을 굳게 닫고 있으면서 한국 시장은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며 "정부는 뭘 하냐. 우리도 맞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 없이 중국 정부의 입만 쳐다봐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판호와 관련해 중국 변화가 조금씩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국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한 관계자는 "중국 판호는 우리 콘텐트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다른 이슈(사드)로 촉발된 것이어서 판호 하나만 가지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난 4월 콘텐츠진흥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우리 의견을 전했고, 문화부 등 정부 유관 부서가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중국 입만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한국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