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BMW가 화재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서 하반기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주행 중 화재로 물의를 빚은 BMW는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리콜에 돌입했다.
리콜은 화재 사고 관련 결함이 발견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와 밸브를 교체하고 EGR 파이프를 청소(클리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42개 디젤 차종 10만6317대가 리콜 대상이다. 수입차 리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부품 교체 작업이 진행된다.
문제는 리콜 계획 발표에도 BMW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진다는 데 있다.
BMW는 리콜을 올해 안에 끝마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에서 BMW의 허위 보고 주장이 제기되는 등 화재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BMW가 화재 차량에 대한 제작 결함 인지 날짜를 국토교통부에 허위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BMW가 하반기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문제가 된 BMW 520d의 7월 판매량은 전달(963대)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 523대를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520d는 BMW코리아의 주력 차종인 데다 논란이 실제 판매량에 영향을 주기까지 통상 한 달 정도 걸리는 만큼 향후 판매량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최대 경쟁자자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는 더 멀리 도망갈 것으로 전망된다. BMW 리콜 사태의 '반사이익'에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벤츠의 올해 누적(1~7월) 판매량은 4만5784대로 BMW(3만8527대)에 한참 앞서 있다.
여기에 업계 3위인 폭스바겐이 파격 할인를 꺼내 든 점도 수입차 순위 변동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이달 3613만원짜리 북미형 파사트 2.0 TSI 모델을 최대 920만원 할인해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시장에 배정된 북미형 파사트는 모두 4000대다. 이는 지난달 BMW 판매량 3959대를 넘어서는 규모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1627를 판매했다. 이달 중 북미형 파사트 물량을 모두 소진할 경우, BMW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 10일과 11일 북미형 파사트 온라인 사전 주문 결과, 차량 1000대의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폭스바겐이 BMW를 제치고 2위에 오를 경우 수입차 업계 역사상 일대 사건이 될 전망이다. BMW가 수입차 업계 월간 판매 순위에서 2위 밖으로 벗어난 적은 2008년 2월이 마지막이다. 무려 10년 6개월 만인 셈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7월 판매량만 보면 BMW 인기는 아직 흔들림이 없는 것 같지만 화재 이슈가 7월 말부터 본격화한 만큼 8월 판매량이 중요할 것 같다"며 "폭스바겐이 하반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입차 시장 판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