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창원 방문의 해'다. 창원이라고 하면 '산업단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뭐 볼 것 있냐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옛날 마산시, 진해시가 지금은 창원시 소속이 됐다. 그러면 볼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전라도 지역에 많은 수천 그루의 편백나무 숲도,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콰이강의 다리'도 있다. 진해 끄트머리에 우뚝 선 솔라타워도 창원에 있다. 특히 창원은 이번 달 말부터 세계사격대회가 열린다. 사격장에서 사격 한 방으로 스트레스도 훨훨 날리고 편백나무 숲에서 힐링도 할 수 있는 창원. 겸사겸사해서 창원에 다녀왔다.
국내에서 두 번째 열리는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올해 창원에서 큰 국제 대회가 하나 열린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로 올림픽·월드컵 등과 함께 세계 5대 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우리나라밖에 열리지 않았는데 지난 1978년 서울에서 열린 바 있다. 정확히 4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세계사격대회가 창원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오는 31일부터 9월 15일까지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리는데 북한 선수 22명 등 91개국 선수·임원 4255명이 참가한다. 창원이 올해를 '창원 방문의 해'로 정한 것도 바로 이 대회 때문이다.
국제사격장에는 일반인도 선수들처럼 직접 사격을 즐길 수 있다. 사격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이 체험할 수 있는 관광사격장을 함께 만들었다. 선수들과 똑같은 실탄으로 사격 체험이 가능하다. 산탄총 종목인 트랩과 화약권총, 공기총 등 선수들이 사용하는 똑같은 총으로 직접 과녁에 명중시킬 수 있다.
이 중 산탄총으로 직접 트랩 경기를 한번 경험해 봤다. 예전에 예비군 훈련 때 지급받았던 쌍팔년도에 사용하던 M1 소총 비슷한데 총 무게가 3.5㎏이나 된다고 했다. 무게감이 상당해 두 손으로 들고서도 조준선 정렬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대 앞에 불쑥 튀어나오는 '접시'를 맞혀야 하는데 아무리 쇠구슬이 300여 개가 들었다는 산탄총이라고 하지만 날아가는 접시를 맞히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끔 운수가 좋아 접시를 맞히면 산산조각 나는 접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가는 듯했다. 한 번에 두 발씩 총 10발밖에 쏘지 않았지만 힘에 부쳤다. 산탄총 체험은 10발 1만원, 25발 2만2000원이다.
권총 사격은 영화나 미드에서 한번쯤 들어 봤을 만한 브로닝이나 베레타 권총으로 사격하는데, 이것도 무게가 상당해 사격선수처럼 옆으로 서서 폼 잡고 쏠 수가 없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서다. 할 수 없이 받침대에 내려놓고 사격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과녁에 명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권총 사격은 10발을 쏘는 데 1만1000원, 25발은 2만2000원이다
사격에 익숙지 않은 여성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스크린 사격, 레이저 소총과 권총 사격도 있다. 요금은 2000원부터인데 마치 오락실에서 하는 그런 느낌의 사격이라고 보면 된다. 전혀 위험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연인들의 아지트 '콰이강의 다리'
마산합포구에는 저도와 창원을 잇는 다리, 즉 저도연륙교가 있다. 아치 형태의 하얀색 다리와 빨간색 철교가 나란히 붙어 있다. 둘 다 저도연륙교다. 하얀색 다리는 2004년에, 빨간색 다리는 1987년에 각각 육지와 저도를 연결했던 다리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는 바로 빨간색 다리다. 별로 닮지 않았지만 창원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콰이강의 다리'는 차들이 다니는 흰색 다리가 생기면서 철거 위기에 처했다. 그냥 방치되다시피 했던 다리는 지난해 3월 28일 재단장해 개장했는데 청춘 남녀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연인들이 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들린다.
원래 바닥은 콘크리트로 포장됐는데 지금은 강화유리를 깔아서 13.5m 아래 바다를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됐다. 강화유리 안에 조그마한 조명을 넣어 밤에 멀리서 보면 마치 은하수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주로 가족들이나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찾고 밤에는 연인들이 줄을 잇는다. 개통한 지 1년 2개월 만에 10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다리 옆에는 '사랑의 자물쇠'와 키스하는 청춘 남녀 구조물이 있어 창원 데이트족의 성지가 된 다리다.
몸과 마음이 힐링 힐링…편백 치유의 숲
진해, 이제는 정확히 말하면 진해구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하나 있다. 장복산이다. 장복산은 1970년대 초반에 산불이 나서 홀라당 타 버렸다. 불난 자리에는 당시에 많이 심었던 편백나무를 식재했다. 이 편백나무가 자라서 지금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자그마치 40년 된 편백나무 5만여 그루가 장복산을 뒤덮고 있다.
건강에 좋은 편백나무 숲을 활용한 치유센터가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면적이 58만㎡(17만 평)나 되는 넓은 부지에 살림치유센터와 치유광장·풍욕장·치유숲길·유아숲 체험원 등 다양한 시설이 문을 열었다.
편백나무 숲을 요리조리 따라 걷는 치유 숲길도 5개 코스, 14.5km가 조성돼 있다. 난이도가 낮은 어울림길은 1.5㎞의 평탄한 길인데 쉬엄쉬엄 걸어도 30분이면 된다. 난이도가 가장 높은 두드림길도 있는데 편백나무 숲을 한 바퀴 도는 거리다. 거리는 5㎞지만 난이도가 '상'이기에 3시간 남짓 걸린다.
편백나무 숲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가 있다. 마치 향나무 같은 냄새인데 코로 들이켜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듯하다. 워낙 숲이 우거져 있어 이 늦더위에 걸어도 시원하다. 그래서 편백나무 숲은 어디를 가도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나 보다.
이 장복산 치유의 숲 앞에는 꼬불꼬불한 차도가 하나 있다. 왕복 2차선 길인데 예전 국도 2호선이라고 한다. 국도 2호선이 직선화되면서 지금은 차가 별로 다니지 않지만 예전에는 전라도 순천이나 경상도 진주·고성·통영 등지에서 마산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이 산길을 꾸역꾸역 올라야 했다고 한다. 시인 김춘수도 통영에서 버스를 타고 이 길을 숱하게 넘나들었다고 한다. 이 길을 다니면서 김춘수 시인이 시를 하나 지었는데 그 시가 바로 1959년에 발표한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이라고 한다. 허성무 창원시장이 직접 전해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