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가 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타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 메뉴를 개발해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신메뉴들도 안착하지 못하고 수년 이내 '단종'의 길을 걷거나 한정 판매에 그치면서 소비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다.
유행 선도하는 롯데리아의 메뉴 개발 '호평'
최근 각종 온라인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롯데리아의 신기루 운영법'이라는 게시글이 인기를 끌었다.
롯데리아가 맛있고 이색적 메뉴를 출시해 큰 관심을 받았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단종'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롯데리아가 '신기루처럼 빠르게 메뉴를 없앤다'며 '신기루 운영법'이라는 웃지 못할 설명까지 붙여 놨다.
이 게시물에 '롯데리아가 다른 햄버거 가게로 가라고 한다' '단종된 랏츠버거는 진짜였는데 없다. 뭘 먹으라는 것이냐'라는 등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경쟁사인 맥도날드나 버거킹과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신메뉴를 끝없이 내놨다. 빵 대신 밥을 뭉쳐 사용한 '라이스버거'가 대표적이다. 1999년 출시된 라이스버거는 독특한 맛과 함께 개그맨 남희석이 TV 광고 모델로 나서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일부에서 1997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롯데리아를 살린 '효자 메뉴'라는 평가도 나왔다.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를 보고 '봉구스 밥버거'라는 명칭이 붙은 라이스버거 전문 체인점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나 롯데리아는 2016년을 끝으로 이 메뉴를 없앴다.
그나마 라이스버거는 장수한 편이다. 롯데리아는 2015년 라면을 패티로 한 '라면버거'를 50만 개 한정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식 메뉴로 채택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메뉴판에서 지웠다.
롯데리아는 1년 뒤 짬뽕 맛이 나는 라면버거인 '마짬버거'를 또다시 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규 메뉴로 편성하는 데 실패했다. 삶은 면을 매장에서 녹이는 방식으로 조리하다 보니 현장 가맹점주와 고객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양상추 대신 우엉조림을 넣은 '우엉버거', 묵직한 호주 청정우 패티를 넣은 '랏츠버거', 불고기 패티와 새우 패티가 나란히 들어간 '불새버거', 닭강정을 넣은 '강정버거'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적자 전환에 점포 수도 줄어… "마케팅 방향 점검할 때"
물론 롯데리아의 이색 메뉴가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불고기버거'와 고급 식자재인 한우를 사용한 '한우버거'는 지금도 장수하고 있다. 몇 년 전 모차렐라 치즈를 패티로 넣은 '모짜렐라 인더버거'가 출시되자 각 매장에 치즈를 길게 늘어뜨리는 고객이 즐비했다. 롯데리아의 과감한 신메뉴 개발은 국내 패스트 업계에서 눈에 띄는 행보로 칭찬할 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롯데리아의 실적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매출 907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억원이었지만 영업외손익 부분에서 적자 411억원을 내서 순손실이 312억원이었다. 점포 수는 지난 7월 말까지 1338개가 운영되면서 2017년 1350개보다 줄었다.
롯데리아를 '캐시카우'로 삼아 온 롯데GRS도 함께 휘청이고 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 줄어든 매출 1조89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롯데GRS 매출의 5할은 롯데리아에서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리아가 혁신적 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화제가 되고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이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긴 세월 같은 패턴을 반복한 점을 고려할 때 마케팅 면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국내 식음료 업계의 트렌드가 패션 업계 못지않게 빠르다 보니 이에 대처하기 위해 메뉴를 출시할 때 처음부터 시전 제품으로 한정된 숫자만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정 메뉴가 너무 많을 경우도 이를 유지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마니아층이 형성됐지만 아쉽게도 메뉴를 길게 이어 가지 못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