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처음 소집돼 한 달간 이어져 온 김학범호의 여정이 오는 9월 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지난 2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베트남(박항서 감독)과 4강전에서 3-1로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이번 결승전은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맞붙는 한일전으로 치러진다. 한국이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상대와 맞붙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4년 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이 이번 대회서 우승하면 이란(통산 4회 우승)을 넘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역사상 최다인 5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는다.
판타스틱4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 공격력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한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이상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로 이어지는 김 감독의 '판타스틱4'는 경기당 3골(5경기·15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공격력이 매섭다. 9골을 기록한 황의조는 역대 한국 축구가 출전한 단일 대회 사상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이승우는 3골로 룸메이트의 뒤를 지원했다. 난적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결승 페널티킥골을 성공한 황희찬은 주 무기인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었다. 또 캡틴 손흥민은 A대표팀과 달리 중앙으로 이동해 연계 플레이와 전체 흐름을 조율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김학범호는 개막 전 '인맥 논란'과 대회 초반 '경기력 논란'을 돌파해 공수 조직력이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선수 전원을 21세 이하 선수들로 꾸렸다. 이들은 J리그 팀 후보 선수들이거나 대학팀 소속이다. 일본은 경기당 1.6골(5경기 8골)을 기록했다. 이 중 4골은 20세 공격수 이와사키 유토(교토상가FC)가 넣었다. 이와사키는 좌우 측면 공격과 처진 스트라이커를 소화하는 일본 축구의 신예다.
학범슨의 지략
K리그 최고 지략가 '학범슨(김학범+알렉스 퍼거슨)'은 한일전에서도 치밀한 분석으로 맞춤형 전술을 내놓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베트남전에서 손흥민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깜짝 배치'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손흥민은 전반 28분 황의조에게 패스를 찔러 줘 대표팀의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지난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황의조의 두 골에 도움을 기록하며 보여 줬던 '와일드카드 듀오'의 환상적 호흡이 이번에도 재현된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나 말고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많이 내려옴으로써 공간이 생긴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은 "측면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한 손흥민이 중앙에 배치돼 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전통적 플레이 스타일인 짧은 패스 위주로 축구를 펼친다. 후방에서부터 연계 플레이로 전방에 진출해 2 대 1 패스로 상대의 수비를 뚫는 전략이다.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2 대 1 패스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한국 수비의 핵인 김민재(전북 현대)와 골키퍼 조현우(대구 FC)를 중심으로 일본 공격 패턴을 읽고 대비한다면 무실점 승리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안게임 역대 전적은 한국이 6승1패로 압도적 우위다. 지난 인천 대회에서는 8강전에서 만났는데, 장현수(FC 도쿄)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여기까지 와서 못하면 바보"라며 "(한일전 승리로 금메달을 따서)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