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4번 타자'의 몰아치기는 국제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일 재개되는 정규 시즌에서 '뜨거운 9월'을 예고하고 있다.
박병호는 최근 태극마크를 단 대표팀에서 4번 타자를 도맡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도 매 경기에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6경기에서 타율 0.375(24타수 9안타) 4홈런 7타점을 쓸어 담아 대표팀의 대회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해 매 경기 안타를 때린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프리미어에 이어 세 번째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국제 대회 통산 타율 0.292(72타수 21안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19경기에서 8개나 뽑아낸 홈런이 돋보인다.
참가국별 전력 격차가 큰 대회였지만, 박병호는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으로 '대표팀 4번 타자'의 위용을 자랑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인 홍콩전부터 일본과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슈퍼라운드 일본전 1-0으로 앞선 3회 솔로홈런, 결승 일본전 2-0으로 앞선 3회 솔로홈런 등 영양가가 만점이었다. 대표팀의 타선이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던 가운데 야수조 최고참의 힘을 과시했다. 상대팀 투수조차 박병호의 파워와 홈런 비거리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박병호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태극마크를 꿈꾼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내서 대표팀에 또 뽑히고 싶다"고 했다.
3일 귀국한 박병호는 곧바로 소속팀 넥센에 합류한다. 이제 전인미답의 5시즌 연속 홈런왕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4년 연속(2012~2015년) 홈런왕에 오른 선수도 그가 KBO 리그 역사에서 유일하다. 박병호는 현재 홈런 부문 선두인 SK 제이미 로맥(37개)에게 4개 뒤진 공동 2위(33개) 그룹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보여 준 홈런 페이스가 앞으로 활약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박병호는 미국 무대 진출 전인 2012~2015년 월별 경기당 홈런에서 9월에 가장 수치가 높았다. 총 68경기에서 31개, 경기당 0.46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6~8월에는 경기당 홈런이 0.32개. 상대적으로 3월(0.17개)과 4월(0.24개)에 홈런 페이스가 더딘 편이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부상까지 겹쳐 3~6월 53경기에서 17홈런에 그쳤다. 그런데 7~8월에만 35경기에서 무려 1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7월 22경기에서 9홈런을, 8월 13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경쟁에 다소 불리한 측면도 있다. 소속팀 넥센이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해 경쟁자들에 비해 남은 경기 수가 5~6경기 적고, 대회 참가로 휴식기를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빠짐없이 소화하며 체력을 유지해 왔다. 그는 "탄력 있는 고무 기구를 이용해 몸통 비틀기 등을 일주일에 여섯 번 꾸준히 하고 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 땐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쉬더라도 코어 운동은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홈런왕에 대한 욕심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홈런왕은 쉽지 않다. 홈런왕을 경쟁할 시기도 아니다"라고 말해 왔다. 대표팀 합류 직전에는 "(5강 싸움이 치열한) 지금 시기에 개인 기록만 바라보고 임할 순 없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며 "이전에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때를 떠올리면 심리 상태에 따라 기록이 따라오는 것 같더라. (홈런왕에 목표를 두고) 그것을 쫓아가면 팀은 이겼는데 스스로 부진해 화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홈런이나 타점 등 기록은 심리적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하다 보면 따라올 수도 있다"고 속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