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뇌졸중·심근경색증·협심증·심부전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들의 주요 원인이다. 더구나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이런 무서운 질병을 우리나라의 30세 이상 성인 29.1%가 앓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 수는 1100만 명이 넘으며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820만 명이나 된다. 고혈압을 '국민병'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목덜미가 땅기면 고혈압'이라고 생각하는 등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고혈압학회와 녹색병원,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고혈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Q. 혈압이 들쑥날쑥하면 고혈압? A. 혈압은 때와 장소,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기준에 따르면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진료실혈압'은 140mmHg에 90mmHg일 때, 집에서 측정하는 '가정혈압'은 135mmHg에 85mmHg 이상일 때, 24시간 동안 혈압을 재는 '활동혈압'은 130mmHg에 80mmHg 이상일 때를 고혈압이라고 규정한다.
진료실혈압은 측정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실제 혈압과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또 실제 혈압은 높으나 진료실에서는 정상으로 측정되는 '가면고혈압'과 반대로 실제 혈압은 정상이지만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긴장해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고혈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활동혈압은 시간대별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종일 혈압계를 착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가정혈압은 주기적으로 동일한 시간대에 혈압을 측정할 수 있어 자신의 안정적인 평균혈압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미국·영국·일본 등은 가정혈압 측정을 도입하거나 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가정혈압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Q. 혈압이 높으면 무조건 고혈압?
A. 아무 때나 잰 혈압이 정상 혈압보다 높고, 고혈압의 진단 기준과 맞는다고 해서 모두 고혈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압은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일 때, 긴장 없이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앉아서 측정해야 한다. 긴장하거나 흥분된 상태, 또는 헐레벌떡 병원에 내원해 자동 혈압계로 혈압을 쟀더니 혈압이 높다고 해서 모두 고혈압은 아니다. 또 정상보다 높게 나와도 약간 시간 차를 두고 다시 재 봐야 하며, 혈압이 160mmHg에 90mmHg 이상이 아닌 경우에는 다른 날 2~3번 더 재 보고 평균치를 고려해 고혈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Q. 목덜미나 뒷골이 땅기면 고혈압?
A.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목덜미가 뻣뻣하거나 땅기는 것은 스트레스와 좋지 못한 자세 등으로 인해 두피와 목 근육이 수축되고 뭉치면서 생기는 경우다. 혈압 자체가 목을 뻣뻣하게 하지는 않는다.
Q. 수축기·확장기 혈압이 정상이라면 안심해도 된다?
A. 일반적으로 평균혈압이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이내인 경우 고혈압에 대한 큰 위험은 없다. 하지만 평소 정상 혈압임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폭의 일시적 혈압 상승이나 돌발성 고혈압 등 혈압이 자주 변하는 '혈압 변동성'이 높은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24시간 동안 변화하는 혈압은 50~60mmHg으로 활동 정도나 계절 변화에 따라 달라지며, 주간과 야간의 혈압 차는 15~20mmHg 정도로 아침에 혈압 변동성이 더욱 높다. 이런 혈압 변동성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의 예견 인자기도 해 예의 주시해야 하고, 혈압 변동이 40mmHg 이상인 경우에는 6개월마다 전문 의료 기관을 찾아 혈압을 측정해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Q. 고혈압 환자, 저녁보다 아침에 위험하다?
A. 고혈압 환자는 아침 시간대의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잠에서 깬 몇 시간 동안 심장의 활동량이 가장 많고 밤새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혈관 수축이 심해져 혈압이 더욱 상승하기 때문이다. 국내 30개 임상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심근경색의 38%, 뇌졸중의 49%가 오전 6시부터 낮 12시 사이에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Q. 고혈압 약은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
A. 고혈압 약은 복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중단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이 저절로 정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혈압이 높다면 먼저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생활 습관을 좋게 바꿔서 혈압이 떨어지면 약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고혈압 약을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것이다.
Q. 고혈압 약은 받드시 먹어야 한다?
A. 혈압이 높다고 반드시 약부터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보다 다소 높은 고혈압 전 단계면서 위험 인자인 흡연·음주·가족력 중 한두 가지에 해당하는 ‘중등도 위험군’이거나 고혈압 1단계면서 다른 위험 인자나 동반 질환이 없는 사람은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6개월간 금연이나 절주, 저염식을 하면서 주 5회 30분씩 유산소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이 좋다. 고혈압 1단계 이상이면서 당뇨병·동맥경화증·단백뇨 중 하나라도 있거나 위험 인자를 세 가지 이상 가졌으면 바로 의사에게 처방받아 고혈압 약을 복용해야 한다.
Q.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 병원을 바꾼다?
A. 고혈압 약은 내성이 생기지 않아 평생 먹어도 양을 늘릴 필요가 없고 금단증상도 없다. 하지만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약을 써 보고 부작용이 생기면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고혈압 약 가운데 앤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RB) 계열은 마른기침,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은 다리 부종, 이뇨제는 무기력감이 생길 수 있다.
Q. 물을 마시는 것과 고혈압은 상관없다?
A. 수분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맥박 수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고 끈끈해져 혈관의 흐름을 방해하고 혈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고혈압 환자는 외출 시 생수와 이온 음료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이온 음료는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줘 심장에 무리가 덜 가게 한다. 다만 이온 음료의 당분도 많이 섭취하면 피를 끈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분이 5~10% 미만인 것으로 고른다. 생수와 이온 음료를 8 대 2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Q. 수면과 고혈압은 무관하다?
A. 2009년 발표된 수면학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질이 낮은 수면이나 불면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및 교감신경 활성도를 크게 해 고혈압을 높인다. 또 고혈압 발병 경보 기준 적정 수면 시간은 6시간으로, 이보다 적게 자거나 평소에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이 발병할 위험이 3.5배 더 높았으며, 불면증이 아니라도 가벼운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도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높았다. 반면 하루 최소 6시간 동안 충분히 자면 고혈압 발생 위험으로부터 안전했다.
Q. 비만일수록 혈압이 상승한다?
A. 고혈압 발병률은 40세부터 급증한다. 50세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남성의 발병률이 높고 폐경 이후에는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특히 염분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혈압이 올라간다. 짠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중 나트륨 수치가 올라가고 고혈압 만성질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신체 활동이 떨어질수록 체중 증가를 유발해 고혈압 발생 가능성을 더 높인다. 비만일수록 혈압이 상승하는데, 고혈압 환자의 50% 이상이 비만을 동반한다.
녹색병원 심장내과 장영우 과장은 "고혈압은 완치가 아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며 "약물 치료 및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