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동안 힘을 모았던 대표팀 선수들이 다시 정글에서 만난다. 서로를 넘어야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대표팀은 기량을 교류하는 장이다. 모두 선후배 사이지만 친분이 없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서로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때로는 배움을 얻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양현종(KIA)과 손아섭(롯데)은 "잠시 경쟁에서 벗어나 한 가지 목표만 향해 뛴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는 게 많을 것이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선수들에겐 그야말로 기회다. 최원태, 이정후(이상 넥센)는 진작부터 공부 의지를 드러냈다.
목표를 달성하고 대표팀은 해산했다. 한솥밥을 먹던 이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팀 순위뿐 아니라 개인 타이틀 레이스도 재점화됐다. 대표팀 선수 간 경쟁이 많다. 대체로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가 모였으니 사실 당연한 일이다.
양현종은 대표팀 훈련 기간 동안 최원태를 향해 "나보다 잘하는 투수다"고 했다. 최원태가 13승을 기록하며 리그 토종 투수 다승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11승을 거둔 양현종은 역시 대표팀 투수인 이용찬(두산)과 함께 공동 2위, 박종훈은 10승을 거두며 3위에 올라 있다.
네 명의 투수 모두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동안 피로 회복을 하지 못했다. 다승 레이스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인 역량만 감안하면 경험이 많은 양현종이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최원태, 이용찬은 기복이 작다. 타선의 지원, 현재 전력을 감안하면 양현종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박종훈은 브레이크 전 두 경기 모두 5점 이상을 내주며 주춤했다.
타격왕 경쟁도 주목된다. 이정후가 부상에서 복귀한 뒤 맹타를 쳤고 규정 타석을 채운 뒤 이 부문 1위에 올라섰다. 브레이크 전까지 타율 0.378를 기록했다. 이 부문 4위까지 모두 대표 선수들이 차지했다. 타율 0.366를 기록한 양의지(두산)가 2위, 김현수(LG)가 2리 뒤진 3위였다. 타율 0.362를 기록한 안치홍(KIA)은 4위. 약점 없는 타자가 되고 있는 이정후가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FA(프리에이전트) 취득을 앞두고 타이틀 홀더를 챙기려는 양의지가 반격할 수 있을까. 흥미를 더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홈런을 친 박병호(넥센)와 김재환(두산)의 홈런 레이스도 재개됐다. 브레이크 전까지 나란히 33개를 기록했다. 김재환은 꾸준했고, 박병호는 몰아쳤다. 서로를 넘고 1위 제이미 로맥(SK)까지 끌어내릴 기세다.
정우람(한화)과 함덕주(두산)의 세이브왕 경쟁도 있다. 정우람이 독주하던 레이스는 8월 들어 변수를 맞았다. 한화의 기세가 전반기보다 꺾였고 정우람도 시즌을 치르며 한 번은 찾아오는 부침을 겪었다. 반면 함덕주는 후반기에 블론 세이브가 없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훈련 시점에서 정우람보다 함덕주 공에 높은 평가를 줬다. 브레이크 전까지 정우람은 31세이브, 함덕주는 25세이브를 기록했다. 여전히 차이는 크지만 승자를 장담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