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두산-KIA전, 인천 SK-넥센전, 수원 kt-LG전, 대전 한화-롯데전, 마산 NC-삼성전을 시작으로 4일 기지개를 켰다. 3주 가까이 긴 휴식을 취한 만큼 각 구단은 대부분 외국인 에이스를 첫 경기에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조쉬 린드블럼(두산) 헥터 노에시(KIA) 라이언 피어밴드(kt) 키버스 샘슨(한화) 브룩스 레일리(롯데) 로건 베렛(NC) 메릴 켈리(SK) 에릭 해커(넥센)가 총출동해 '제2의 개막전'을 방불케 했다. 10명 가운데 국내 투수는 백정현(삼성)과 차우찬(LG)뿐이었다.
리그가 재개되면서 치열한 순위 경쟁에도 다시 불붙었다. 7~8월에 선수들을 괴롭혔던 기록적인 폭염도 이제 사라졌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소진했던 힘을 충분히 채웠으니, 이제 모든 팀이 총력으로 맞설 시기다. 2위 SK와 3위 한화가 여전히 치열하게 2위 자리를 다투는 것은 물론이고 LG-삼성-롯데-KIA가 5위 한 자리를 놓고 펼치는 순위 경쟁도 점입가경을 예고했다.
당초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는 한화와 LG에 호재, 넥센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올해 2~3위를 오가는 파란을 일으켰다. 다만 올해 주전으로 도약한 선수들 가운데 풀타임 시즌을 치러 본 선수들이 많지 않아 후반기 체력 저하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혔다. 실제로 꾸준하던 승률 상승세가 7월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아니기 때문에 3주가량 취하는 휴식이 선수들에게 재정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종종 말해 왔다. 따라서 브레이크를 마친 한화가 계속 2위 전쟁에 참전할지, 혹은 4위 넥센과 순위를 겨루게 될지가 관심거리다.
LG는 그 어느 팀보다 휴식이 절실하던 시기에 '방학'을 맞았다. 7월 이후 성적이 4할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바닥을 쳤던 탓이다. 8월 들어선 8연패까지 했다가 간신히 탈출했고, 잠실 라이벌 두산에는 올 시즌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마운드 붕괴가 심각했다.
간신히 5강 한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추격자들의 수가 많고 기세도 만만치 않다. 브레이크 이후 LG의 경기력에 따라 순위 표가 아래위로 들썩거릴 수 있다.
넥센은 폭풍 같은 상승세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로 인해 멈춰야 했다. 브레이크 직전 12경기 성적이 11승1패. 천하무적으로 질주하면서 7위에서 4위까지 올라왔다.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버텨 준 데다 박병호·이정후·송성문을 비롯한 타자들이 무섭게 점수를 만들어 냈다. 11연승을 기록한 끝에 처음으로 패배한 뒤 곧바로 휴식기가 시작됐다. 한창 타선 전체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올라섰던 시점이라 쉼표가 아쉬울 만도 하다.
하지만 넥센은 "우리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너무 긴 연승 뒤엔 오히려 연패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야구계 속설이기도 하다. 장정석 넥센 감독 역시 "연승하면 페이스가 한 번은 처지기 마련이다. 그 시기에 휴식기를 만나는 게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짧지 않은 공백 끝에 재개된 새로운 레이스에서 넥센의 기세가 위와 아래 중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