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휘재(46)를 수식하는 단어로 세대를 나눌 수 있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 결심했어!'를 먼저 떠올릴 것이고 그다음은 '이바람'.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쌍둥이 아빠'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온다.
1991년 MBC FD로 일하다가 눈에 띄어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방송인이 된 이휘재는 당시 코미디언의 편견을 깬 훈훈한 외모와 훤칠한 키까지 뭇 여성들의 아이콘이었다. 이경규를 따라다니며 해외로 나갔고 군 복무도 착실히 마치며 바른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다가 남희석과 함께한 '멋진만남'에서 바람둥이 이미지의 '이바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의 이휘재는 6년간 출연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서언이·서준이 아빠 이미지가 강하다. "당연히 어린 친구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죠. 뭐 쌍둥이 아빠라고 불리는 것도 그만큼의 관심이죠."
그런 이휘재도 몇 차례 휘청일 때가 있었다. 너무 솔직해서일까. 공식 석상에서 악의 없이 했던 말들이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비칠 때도 있었다. 시상식에서 성동일·고현정에게 했던 말이 결국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늘 말이 나온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게 크죠. 당사자와 나만의 친분이고 웃음 코드라 시청자들이 알 수 없는데 너무 사담으로 생각한 건 착오고 잘못이죠."
지금은 MC,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후배들과 함께할 계획도 세웠다. "가수나 배우에 비해 방송인들은 후배를 양성한다는 느낌이 부족하잖아요. 이번에 새 소속사에서 다섯 명 정도 함께할 친구를 알아보고 있어요. 잘해 보려고요."
그는 술을 마시는 것이 오랜만이라고 했다. 건강이 안 좋아서 잠시 끊었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니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고 했다. 25년이 넘는 방송 활동을 돌이켜 보며 사무실 한쪽에서 3시간 넘게 술잔을 부딪쳤다.
>>취중토크②에 이어
- 슬럼프가 있었나요. "지난해부터 좀 찾는 사람들이 뜸해지면서 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또 술을 찾게 되더라고요. 악순환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면서 살이 많이 쪘어요. 시청자들이 봤을 때 '이휘재가 살 좀 쪘네'라고 느끼는 건 악순환을 하고 있는 거죠.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또 찾고 이런 나쁜 루틴이었죠."
- 악순환의 원인은 뭘까요. "일이 안 들어오는 거고, 찾는 사람이 없을 때예요. 성격상 돌려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게 독이 된 거죠. 25년 넘게 일했는데 어느 순간에 '아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죠. 연락 오는 곳이 없고 TV를 보다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여행을 다녀와서 아팠는데 집에 있으니까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일종의 위기감일까요. "누군가와 비교해서 '저 사람은 저렇게 잘되는데 나는 왜이래' 이런 신세 비관이 아니라 그냥 도태된 느낌이 들었어요. 그동안 잘못해 왔나, 뭐가 잘못된 걸까 등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떠올려 보는 거죠." -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겠어요. "무장적 밖으로 나갔어요. 운동복 하나를 걸쳐 입고 미친 듯이 걸으면서 생각을 안 했어요. 그냥 그렇게 하고 게스트 섭외가 들어오는 대로 다 참여했고요. 지금은 선순환 중이에요. 다시 살이 좀 빠지지 않았나요.(웃음)"
- 2016년 SBS 연기 대상 때 성동일씨와 일은 여전히 말이 나와요. "사실 잘 지내고 있어요. 성동일 형을 본 게 20년 전이니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지내는데 그날은 내 잘못이었어요. 우리 둘이 친한 걸 대중이 모르는 상황에서 재미있다고 한 걸 시청자들이 알 리가 없죠. 그런 계산을 하지 못한 거예요. 그 이후에도 만났고 서로 미안해했어요."
- 그전에 고현정씨 건도 있었고요. "고현정 누나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욕심이 컸어요. 서로의 개그 코드가 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모두 내 잘못이에요. 시상식 때도 생방송 도중에 조연출이 올라와서 분위기가 안 좋다고 말하는데 '아차' 싶었어요."
- 말조심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나요.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죠." - 과거에 '이바람'이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결혼 생활은 어떤가요. "젊었을 때 놀 만큼 놀았는데, 미혼일 때 행복감과 기혼일 때는 너무 달라요. 기혼일 때 느끼는 행복감이 몇 배는 더 커요. 일이 어중간한 시간에 끝나면 고민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잠든 뒤 들어가야 편하니까요. 그런데 이미 몸은 집으로 달려가고 있더라고요. 확실한 것은 젊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건 모두 경험해 보라는 거죠."
- 가수나 배우와 달리 코미디언은 후배 양성의 개념이 약해요. "큐브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긴 이유도 그거예요.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후배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내 성향상 누구한테 피해 주는 걸 싫어해요. '혹시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 때문이에요.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는 거였어요. 지금은 다섯 명의 후배들을 양성해 보고 싶어요. 그 과정이 힘들고 지쳐도 같이하며 보람을 느끼려고요. 그게 공개 코미디든 전문 MC든 상관없어요."
- 데뷔 25년이 넘었어요. 어떤가요. "누구나 그러하듯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생겼고요. 아이들과 함께 방송에 나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5년 넘게 방송했고요. 계속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가 됐든 불러 주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