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성공적으로 출항했다. 파울루 벤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7일 코스타리카와 치른 A매치 데뷔전에서 2-0으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황희찬(함부르크) 등 붙박이 멤버 외에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황의조(감바 오사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김문환(부산 아이파크)을 발탁한 것이 돋보였다. 벌써부터 분 단위로 쪼개 구성한 세밀한 훈련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방심은 금물. 데뷔전 승리가 외국인 사령탑으로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이다. 그는 2014년 10월 파라과이와 데뷔전에서 2-0 승리와 함께 성공적으로 출항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거듭하다 2017년 7월 결국 중도 하차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 감독은 첫 경기인 바레인전(2004년 7월)에서 2-0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도 데뷔전에서 대만(2006년 8월)을 상대로 3-0 완승을 챙겼지만, 약 1년 만에 자진 사퇴했다.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 중 딕 아드보카트 감독만이 데뷔전 승리 이후 임기를 채웠다. 2005년 10월 이란과 데뷔전을 2-0 승리로 장식한 아드보카트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은 데뷔전에서 패했다. 2001년 1월 사령탑에 오른 히딩크 감독은 같은 달 홍콩 칼스버그컵에 참가했다가 노르웨이전에서 2-3으로 졌다. 히딩크 감독은 데뷔전을 포함해 그해 많은 패배를 맛보며 비판받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철학을 굽히지 않고 최적의 팀과 전술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했다. 결국 이듬해 한국 축구 역사를 썼다.
국내 감독들은 어땠을까. 허정무 감독은 2008년 1월 칠레와 첫 게임에서 0-1로 졌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었고 16강 진출에도 성공했다. 허 감독에게서 지휘봉을 넘겨받은 조광래 감독은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 데뷔전에서 2-1로 승리했지만, 약 1년 만에 중도 사퇴했다. 홍명보 감독은 2013년 7월 첫 경기인 동아시안컵 호주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그는 2014 러시아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