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선수 출신으로 KBO 신인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민 24세 청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 중인 청년은 리그 일정이 지난 9일 종료돼 계속 일본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를 통해 2019 신인드래프트를 실시간으로 챙겨봤다. 어느덧 9라운드까지 진행됐고, 그때까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안 뽑히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10라운드에 마이크를 든 LG 스카우트 관계자가 "일본 독립리그"라고 하자 자신임을 직감하고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비(非)선수 출신으로 처음 드래프트에 지명된 한선태(24)의 이야기다.
드래프트 직후인 10일 저녁에 연락이 닿은 그는 "아직 얼떨떨하다"면서 "기회를 주신 만큼 실망시키지 않고 잘해야된다"고 말했다.
한선태는 10일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0라운드, 95순위에 LG에 지명됐다. 주목받는 결정. 드래프트 역사상 '비선출' 선수가 지명받은 건 한선태가 최초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프로 구단에 입단한 선수들과 분명 다르고도,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한선태는 중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일본전을 통해 야구 경기를 처음 봤다. 야구의 매력에 빠진 그는 야구부가 있는 근처의 부천고를 찾았지만 '입단 테스트'를 거절 당했다. 야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양 원더스 비선출 선수 모집 테스트에서도 탈락한 그는 고교 졸업 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이후 사회인 야구를 시작한 한선태는 지난해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올해에는 일본 독립리그 도치기 골든브레이브스에 몸 담았다.
독특한 이력과 140㎞ 중후반 스피드 때문에 지난달 20일 열린 해외파 트라이아웃에서 그에게 큰 관심이 쏟아졌다. 한선태는 "일본 독립리그 일정 탓에 트라이아웃 종료 후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리그 일정이 어제(9일) 끝나 드래프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달 말 귀국 예정이다"고 전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시청했다. 그는 "혹시라도 뽑힌다면 10라운드에 선택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9라운드까지 이름이 호명되지 않으니까 '이제 끝났다'라고 여겼다. 10라운드부터 갑자기 타임 요청이 많아지더라. 그때 '혹시 내 이름이 불릴 수 있을까'하고 기대감을 가졌는데, LG 구단에서 '일본 독립리그'라고 하는 순간 내가 뽑힌 것을 느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는 나랑 하재훈(SK 2라운드 전체 16순위) 형 두 명 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혹시 그의 이릉이 마지막까지 호명되지 않더라도 "내년까지는 계속 (프로 입단을) 도전하려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매년 수많은 고교, 대학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지만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욱이 한선태는 비선출 선수로 야구 경력이 짧다. 다만 한선태는 파주 챌린저스, 일본 독립구단에서의 코칭을 통해 110㎞에 머무르던 구속이 140㎞중후반까지 올라왔다. 한선태는 "최근에는 148㎞를 한 번 던진 적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체계적인 훈련과 기술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LG가 주목한 점도 바로 '가능성'이다. 양상문 LG 단장은 "경험은 적지만, 투구 폼도 예쁘고 구종도 다양해 능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우리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선수의 의지도 높다. 그는 "LG에 입단해 어떤 부분을 더 보고 배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야구가 더 좋아진다. 코칭스태프가 어떤 점을 알려주면 처음 배우는 거여서 더 새롭고, 재미있다"고 웃었다.
그의 롤모델은 현재 1군 최고령 선수 KIA 임창용이다. 같은 사이드암 유형. 그는 "임창용는 뱀직구를 던지지 않나.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했다.
지금껏 많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선 파주 챌린저스 팀에 감사드린다. 당시 박종대 코치(고양 위너스)님께서 처음 팔을 올리게 도와주셨다. 코치님 덕분에 구속이 올라갔다. 또 일본 독립구단을 연결시켜준 김수인 대표팀, 세번째로는 일본 소프트뱅크 출신 김무영 코치님께서도 많이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한선태는 지금껏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에게 꿈을 물어봤다. "지금까지 프로 입단이 목표였다. 이제 1군 무대에 서는 게 꿈이다. 그리고 그 꿈까지 이룬다면 새로운 꿈을 가질 것이다. 부상 없이 1군에서 계속 야구하는 것이다. 비선수 출신으로 처음 뽑힌 만큼 앞으로 있을 비선출 선수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는 역할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