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당당해진 김부선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전(前) 연인'으로 표현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여유까지 보였다.
김부선은 14일 오후 2시 '이재명 스캔들' 당사자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2차 소환조사를 위해 경기도 분당경찰서를 찾았다. 지난달 22일 1차 출석에 응했던 김부선은 30분만에 조사를 거부하고 귀가, 약 한 달 여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 섰다. 이날 출석은 김부선이 선임한 강용석 변호사가 함께 했다.
지난 2013년 김부선의 폭로로 불거진 '이재명의 스캔들'은 김부선의 사과와 함께 일단락 됐으나 6월 지방선거 기간에 김영환 전 경기도지사 후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점화됐다. 이후 이재명 캠프 가짜뉴스대책단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김부선을 고발했다.
김부선은 지난달 20일 경찰에 직접 출석 의사를 밝힌 후 22일 분당경찰서에 방문했다. 올 블랙 의상을 차려입고 홀로 운전해 경찰서에 나타났던 김부선은 고통과 체념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재명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외쳤다. 2차 출석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올 화이트 패션에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고 변호사까지 대동했다.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기세등등,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김부선은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는 기자 분들, 대중 여러 분들께 감사하다. 나는 오늘 분당경찰서에 고발된 사건에 대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며 "변호인 선임문제 등 상황으로 여러 혼선 드린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김부선이 선임한 변호사는 강용석. 박주민 의원의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오늘 이 곳에 오는 차안에서 (변호사) 선임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밝힌 김부선은 "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라 같은 편에게 도움을 받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정치 성향은 다르지만 강용석 변호사를 믿고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폐를 밝히는데 진보, 보수가 따로 있겠냐"며 "이재명 지사의 시민단체 활동은 짝퉁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과 5년 동안 참여연대 활동을 했던 유능한 변호사다"는 신뢰를 표하며 "앞으로 난 강용석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 조사를 진행 하겠다.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는 의문점 있으면 강용석 변호사에게 질문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이 김부선에게 직접 질문하려는 상황에서도 김부선은 강용석을 내세웠다. 자신의 대변인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강용석 역시 양해를 구하며 "질문은 내가 받겠다"고 말했고, 준비한 입장문을 먼저 취재진에게 넘겼다.
강용석은 "오늘 조사는 피고발인과 참고인으로 받는 두 건의 사건이 있다. 피고발인으로는 조사에 성실히 응할 생각이지만 참고인 신분 조사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며 "분당경찰서는 이재명 지사의 관할인 곳이기 때문에 다음 주 서울에서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것이다"고 공표했다.
김부선은 1차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지사를 향한 언행을 숨기지 않았다. 김부선은 "이재명 지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내가 만약 살아있지 않았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섬뜩하다. 거짓말이 백, 천, 만 가지다. 너무 측은하다"며 "한 때 연인이었던 사람인데 다시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어리석었다. 싱글이라고 했지만, '이혼했겠거니'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을 찾은 이재명 지지자들은 김부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김부선은 이를 모르쇠 하지 않은 채 직접 상대하며 조용히 하라는 뜻의 제스처를 취했다. 강용석은 김부선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경찰은 1차 조사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내용을 2차 조사에서 보다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분당경찰서 측은 "사건수사가 2차로 재조사 되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이다"며 "김부선 씨가 증거물을 지참한다면 증거물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본격 조사에 돌입하면서 김부선과 이재명 지사의 오랜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