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망한 임창정이다. 가수, 배우, 작가 그리고 남편이자 아빠. 그리고 다시 1년 만에 정규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를 들고 가수로 대중 앞에 섰다.
19일 발매한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임창정이 치열하게 작업한 결과물이다. 제주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곡가 멧돼지와 곡을 만들었다. 임창정이 작사한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제목 그대로인 남자의 사랑을 담고 있다. 사랑에 익숙해 소홀해진 순간에도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뒤늦은 고백이다.
임창정은 "사랑엔 여러가지가 있다. 대상도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삶은 사랑의 연속이라는 생각에서 이 노래를 썼다"며 "나도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조용필, 전인권, 임재범, 김건모 등 선배님들처럼 음악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멜로디로 나올 뿐이지 그 삶이 온몸으로 풍기지 않나. 그게 느껴진다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보사노바 풍의 '예쁘더라', 알리가 부른 '또 생각이 나서'를 리메이크한 '지나고도 같은 오늘', 2018년 버전 '또 다시 사랑', '문을여시오'를 떠올리게 하는 EDM 댄스곡 '그냥 냅둬' 등 다채로운 장르가 수록됐다. 총 14개 트랙으로 구성, 임창정은 "더 이상 1위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이렇게 앨범을 낼 수 있고 기다리는 팬들이 있다는 것 하나로 나는 이미 할 일을 다 끝냈다"고 발매 소감을 전했다.
-타이틀곡 제목이 정말 길다. "상업적인 이유다. 기니까 한 번 더 보게 되지 않나. 어떻게 줄여 부를까 궁금하고 재미있다. 또 다른 이유는 남자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남자들은 지나온 사랑에 미안함이 있다. 익숙함에 소홀해지고 여자들은 그걸 알아서 '왜 똑같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남자들은 사랑함에 있어 똑같다고 생각한다. 놓치고 나서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때 못했지만 마음을 그랬다는 걸 가사로 적었다."
-어떤 노래인가. "'또다시 사랑'과는 좀 스타일이 다르다. 일부러 조금 다르게 편곡을 했다. 어쿠스틱 느낌이 나지 않게 했고 요즘 추세에 맞는 사운드를 가미했다. 우리 아들 또래들도 나를 안다. 어린 친구들에 내 노래를 알려주고 싶었다. 내 팬 중에 젊은 층도 있는데 '예쁘더라' 라는 노래가 좀 젊은 취향에 제일 잘 맞을 것 같다."
-앨범 사진이 독특하다. "로마, 밀라노, 베로나, 베네치아 등을 다니면서 아이폰으로 찍었다. 돈 하나도 안 들이고 앨범 자켓을 찍었다. 내 스타일이 뭐든 일로 생각하지 않는 거다. 노래도 즐기면서 만들고 앨범 자켓도 여행하면서 찍었다. 이렇게 일을 하면 좀더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즐기려고 한다."
-제주도에 작업실을 차렸다고. "실질적인 편곡작업까지 다 한꺼번에 했다. 나는 즐기면서 작업해도 나와 함께 일하는 작곡가 멧돼지는 즐기면 안 된다. 그럼 제시간안에 못 나온다. 11개월 여유있다가 한 달 딱 집중해서 하는 거니까 미안하지만 제주도에서 거의 사육을 시키다시피 했다. 작업실에서 못나가게 했다. 평소에도 악상이 떠오르면 서로 공유하고 작업하고 하는 편이지만 딱 날짜가 정해지면 집중해서 해야한다."
-노래가 굉장히 고음이다. "'내가 저지른 사랑'은 높아도 부를 수는 있었다. 이번 노래는 '이미 나에게로'에서 두 키 정도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라이브가 완전히 안 된다. 얼마 전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를 했는데 그 방송을 끝으로 라이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도 반 키 낮춰 간신히 소화했다. 다시는 못하겠다."
-최고의 가수가 라이브 불가 선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내가 너무 거만했다. 녹음할 때는 잘라서 하니까 높아도 부를 수 있다. 이번 노래는 라이브를 고려하지 않고 끝까지 키를 올렸다. 그 전에는 지르면 어떻게든 됐으니까. 행사하고 방송하고 스케줄을 하다보니 이젠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 '스케치북' 녹화 전날엔 아예 목소리가 안 나와서 성대결절인 줄 알았다. '스케치북' 최초로 립싱크할 상황이었다. 근데 다행히 성대결절 아니라는 말에 힘을 받아서 주사 한 대 맞고 노래했다."
-목소리가 변하는 걸 느끼나. "의사가 말하길 술이랑 나이 때문이라더라. 나도 생각해보니 46세다. 훌륭한 가수들도 목소리가 나이가 들면 변하지 않나. 그렇게 되나보다. 이번에 절실히 깨달아서 다음 앨범엔 고음을 내지르는 건 쉽게 못하겠다. 담배를 끊은지 5년이 되어서 그나마 목소리가 나오지 안 그랬다면 진작에 노래를 못했을 거다."
-한편으론 슬플 것 같다. "사실 서글펐다. 그 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거니까. 그런데 나름대로 철학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 내가 노래를 못하는 건 아니고 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라서 서글픈 거니까 마음을 달리 먹으면 된다."
-어떤 철학인가. "조용필 전인권 임재범 김건모 등 선배님처럼 음악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멜로디로 나올 뿐이지 그 삶이 온몸으로 풍기지 않나. 그게 느껴진다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번 앨범부터 마음먹은 게 있다. 앨튼 존처럼 해보고 싶다. 예전엔 노래만 해서 피아노나 기타도 배우지 않았다. 코드는 알지만 악보를 볼 줄 모른다. 그래서 요즘 피아노를 치는데 잘 치는 사람이 찍은 영상을 보고 통째로 외운다. 하루 10시간도 연습한 적이 있다. 문제는 하다가 틀리면 곧장 이어할 수 없다. 악보를 보면 바로 하겠지만 나는 외운 손 동작이 있기 때문에 몇 마디 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웃음)"
-올해 콘서트에서 피아노 치는 임창정을 볼 수 있나. "공연을 위해 준비했다. 돈 받고 하는 공연인데 그냥 하면 안 된다. '스케치북'에서도 갑자기 시켜서 치긴 쳤다. 틀릴까봐 손이 덜덜덜 떨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