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선영은 지난 9일 종영한 KBS 2TV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안효섭)네 든든한 맏딸 박선하를 연기했다. 내강외유 타입의 커리어 우먼으로, 유동근·장미희(이미연)와 가족애, 연하남 강성욱(차경수)과 로맨스, 박준금(우아미)과 고부갈등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폭넓은 감정선으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 25년 경력의 베테랑이었지만 이번 연기는 특히 어려워 선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최지우와 대립하는 악녀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진실'부터 인현왕후로 분한 '장희빈', '열여덟 스물아홉' '겨울새' '솔약국집 아들들' '불후의 명작' '장영실' '초인가족 2017' 등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했다. 하지만 아직 모자란 듯 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사극과 가족극 출연을 통해 선한 이미지로 기억되고 있지만, 사실은 악역도 잘한다고 어필했다. '같이 살래요'를 끝낸 박선영은 영화 '남산, 시인 살인사건' 촬영에 돌입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전망이다.
-극 중 공과 사 뚜렷한 성격이라 남편도 좌천시켰다. 실제로는 어떤지.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제 성격이 선하랑 닮은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은 작가 선생님이 '나를 알고 쓰셨나?' 할 정도다. 속으로는 갈등이 있으면서도 올바른 답을 내려야지만 내가 편한 그런 성격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엄청 갈등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할 것 같다. 그걸로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기는데 그런 시어머니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박준금 선생님이 시청자의 원성을 들었지만 기본적인 모성이다. 내 자식이 편한 게 우선이고 내 자식이 우선인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봤다."
-주로 선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저를 봤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가 바르고 선한 것 같다. 그래서 이미지를 넓히고 싶어서 '초인가족' 같은 것도 하고 '궁합'에서는 선이 있는 악역도 했다. 배우로서 시도하는 중이다. 보는 분들은 제가 가진 좋은 이미지, 박선영이 가진 안전한 이미지를 쓰고 싶어 하시니까 그런 캐릭터가 저에게 섭외가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저 악역 되게 잘한다.(웃음)"
-'진실'에서는 최지우와 대립하는 악역이었다. "그 드라마가 끝나고서는 너무 악역 이미지가 강해져서 모든 악역이 다 저한테 들어왔었다. 그때는 또 내가 너무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사하기도 했다. 배우가 너무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악역 잘하고 해보고 싶다."
-나이 들면서 변한 게 있다면. "나이를 먹으면서 편안해졌다. 누군가의 아내, 딸이지만 재밌고 편안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어렸을 때는 날카롭고 강박적이고 스스로를 가뒀다면 지금은 편안하고 푸근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적으로는 어떤가. "자유로워지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선배님들의 말을 어릴 땐 이해 못 했는데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는 알겠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는 게 더 재밌어졌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과 여유가 생겼다. 어릴 땐 너무 여유가 없고 생각하지 못했던 걸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된다. 전에는 여배우가 나이를 먹으면 일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그런 게 있었는데 요즘은 그에 비해서는 활동하기 훨씬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기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나문희, 김해숙 등이 주연으로 활약하는 걸 보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듯하다. "그래서 그게 너무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선생님들이 저 연세까지 저렇게 연기를 하시는 게 보통 일이 아니셨겠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런 선생님들이 환경을 잘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감사하고 우리도 다음 세대들한테 그런 걸 잘 마련해줘야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다양한 방면으로 넓혀서 가고 싶은 게 제 바람이다. '초인가족'으로 코믹한 걸 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잘해야 하는 것에 나를 가둬서, 그게 아니면 좀 꺼리고 부담스러워했다. 지금은 다양한 방면으로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