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소셜 미디어의 막강 파급력을 선행으로 옮겨왔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캠페인에 이어 유엔총회 연설까지 자신들이 추구하는 '러브 유어셀프'를 전파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초청 연사로 참석,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호소력 있는 연설을 했다. 대표로 연설한 RM은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단언컨대 우리는 이렇게 휘청거리고 실수하고 넘어질 것이다. 나는 어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나다. 오늘의 나는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가 만든 결과다. 내일은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내 모습이다. 이러한 실수와 잘못들은 내 삶의 빛나는 별이 되어 별자리를 만들 것이다"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목소리를 내자고 독려했다. "당신이 누구건, 어디서 왔건, 인종이나 성정체성이 무엇이건 스스로를 찾아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스피크 유어셀프'를 강조했다.
7분 가량의 연설 동안 방탄소년단은 경험을 토대로, 유니세프 한국·일본 위원회와 진행 중인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녹여냈다. RM은 일산에서 나고 자라 지금의 방탄소년단이 되기까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했음을 짧고 굵게 전했다. 한국어로 연설할 수도 있었으나 영어를 택해 더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길 바랐다. '러브 마이셀프'는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캠페인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세프의 글로벌 아동·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 '엔드 바이올런스'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미 캠페인 시작 6개월 만에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이상 모금됐다.
특히 선한영향력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연설을 듣고 울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보인 팬도 있었고 RM이 나고 자란 경기도 일산에 대한 궁금증을 보이기도 했다. 연설문 전본이 SNS로 공유되는 것은 물론, 타임·포브스·CNN 등 현지뉴스에서 방탄소년단의 연설을 비중있게 다뤘다. ABC 뉴스는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과 함께 언급된 '유니세프'는 검색량이 2850% 급등했고 '유엔 총회'는 4,100% 껑충 뛰어 올라 방탄소년단의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다. 아동·청소년 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이다'는 RM의 연설문 일부를 인용해 "유엔발 울림"이라고 표현했다. 연설을 현장에서 경청한 김정숙 여사은 방탄소년단을 만나 자랑스럽다고 격려했으며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대변하면서 청소년들에게 힘이 돼 주고 있다"고 응원을 더했다.
방탄소년단은 학교 왕따부터 개인의 심리 문제까지 사회적 이슈를 노래해왔다. 빌보드 K팝 칼럼니스트가 뽑은 대표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녹인 곡으로는 '134340'(태양계 행성에 속해 있다가 행성의 지위를 잃고 소행성 134340가 된 명왕성을 주제로한 노래), '파이드 파이퍼'(맹목적인 팬 문화와 함께 그들의 꿈을 잃지 않길 바란다는 응원을 담은 노래), '마이크 드롭'(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마이크 드롭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들만의 스웨그를 담은 곡) 등이 있다. '러브 유어셀프 결-앤서' 타이틀곡 '아이돌'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 뿌리를 둔 가수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노래로 국악 리듬을 가미했다. "남들이 뭐라고 손가락질해도 난 나의 길을 갈 것이고 지금의 내가 좋다"는 메시지로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작은 회사' '마니아층만 듣는 K팝'이라는 편견을 넘어 'BTS팝'을 개척한 이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27일 ABC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29일엔 미국 뉴워크에서 '러브 유어셀프' 투어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