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월천대사’로 널리 알려진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가 서울 서초구 마이워크스페이스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jung.sichong@jtbc.co.kr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집을 사라며 길을 터 줬다. 하지만 집이 없는 이들은 정부의 메시지를 반기면서도 머리가 아프다. 돈과 직장, 교통, 입지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결정 장애가 오기 일쑤다.
1인 가구, 신혼부부들이야 직장에 접근하기 쉬운 ‘교통’을 최우선으로 집을 알아보면 얼추 답이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교통도 중요하지만 유난히 마음이 쓰이는 요소가 있다. 바로 ‘학군’이다.
내 아이가 앞으로 다닐 초등학교, 방과 후 학습을 책임질 학원이 밀집한 지역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마이워크스페이스에서 만난 부동산 재테크전문가 이주현(43·필명 월천대사) 월천재테크 대표는 “교통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살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이 생긴다”며 “특히 엄마들은 아이를 처음 유치원에 보낼 때,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교육이 필요해짐을 느껴 자연스럽게 좋은 ‘학군’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다음 고민하는 시기는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인데, 이때는 교통의 편의성 같은 것보다 우리 아이의 학교 배정과 학원가를 얼마나 이용하기 용이한가가 특히 중요해진다”며 "이는 학구열이 있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정해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입시, 내 아이’는 살면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학군’ 역시 부동산에 있어서 필수 요소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학구열이 높은 부모들이 대표적인 학군 지역인 서울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에 여전히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이를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모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목동에서는 학교 수업이 끝난 아이를 태권도 학원 차량이 학교 앞에서 데려가고, 이어 영어 학원 차가 태권도 학원 앞으로 와 아이를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케어해 준다. 이후 공부방이나 학습 매니저 같은 전문업체가 아이의 숙제와 간식을 챙겨 주고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학군은 교육이 테마긴 하지만 아이를 안정감 있게 맡아 주는 ‘공동 육아’ 시스템”이라며 “엄마들이 이를 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현 대표가 서울 대표 `학군 지역`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전 노하우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jung.sichong@jtbc.co.kr 내 아이와 함께할 집… 어디가 좋을까
- 학군을 중심으로, 서울은 어떻게 형성돼 있나. “대치동이 대표적이다. 테헤란로에서 두 블록을 들어와야 있다. 학군은 초핵심지가 아니라 변두리에 생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주택이 중·대형 평수가 많아야 하고, 주상복합도 많아야 한다. 임대아파트는 없고 전철에서 거리가 있는 한적한 곳이어야 한다. 당연히 유흥업소 같은 유해 시설이 없고 임대료가 적절해야 한다. 학원 같은 경우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아이들이 하교한 뒤, 오후 10시까지만 장소를 사용해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높은 임대료는 감당하지 못한다.”
- 목동도 학군으로 유명하다. 또 어디가 있나. “서울 내 대표적인 학군 지역은 대치동, 목동, 중계동 정도다. 목동은 서울을 절반으로 잘랐을 때, 서쪽에서 유일한 학군 지역이다. 이곳도 역시 5호선에서 떨어져 학원가가 형성됐다. 일산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목동으로 보낸다. 신도림도 유동 인구가 많고 아파트 단지가 잘 형성돼 있지만, 학군은 형성돼 있지 않다. 목동에 있는 대형 학원들이 학원 차를 보내 이를 커버하기 때문이다.
중계동도 역세권보다 은행사거리 부근이 중심이다. 여기에는 의정부에서도 오고 중랑구에서도 온다. 요즘은 잠실이나 반포에 대치동에 있던 선생님들이 독립해 학원가를 작게 형성해 가고 있다. 그래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결국 대치동으로 간다. 학군이 좋은 곳이 선생님을 찾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고양시 후곡이나 정발 정도가 있고, 안양시 평촌 학원가는 경기도에서 가장 크다. 수원시 영통에도 학원가가 작게 형성돼 있다. 또 분당의 경우 학구열은 높지만 학원가가 형성되지 못했다. 대치동이 가깝기 때문이다.”
- 서울 집값에 학군은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나. “예를 들어 서울 광진구 광장동은 광장초, 광남초, 양진초, 구남초에 대표적으로 갈 수 있는데 광남초나 양진초를 갈 수 있는 아파트 단지는 비싸다.
또 학군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갭 투자 같은 것을 하지 못한다. 상승장 시절에 하던 갭 투자가 유용한 지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수요에 의해 들어오기 때문에 잘 팔지 않는다. 아이 때문에 자주 이사를 갈 수 없으니 매물도 잘 안 나온다. 전세 매물도 거의 없다. 팁을 주자면 학군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 가 보면 지은 지 20년 넘은 아파트에 새로 한 새시를 찾아 보면 실거주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학군 지역도 마찬가지로 침체기가 오면 조용하고 부동산 정책 등에 영향을 받긴 하나, 수요가 계속 있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학군을 고려하면서 교통 편의성까지 챙겨야 하는 맞벌이 부모도 많다. “서울 수도권에 교육열이 높은 중산층이 상당히 많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맞벌이인 가정은 더 많아졌다. 이 때문에 일자리가 여의도·강남·종로 등 3대 중심지에서 '도어 투 도어(Door-To-Door)' 1시간이 데드라인이라고 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퇴근한 뒤 데리러 가야 하니, 지하철로 환승을 포함해 40분이 최대 거리라고 잡아야 한다.”
내 집 마련? “재무구조 따지고, 공부하라”
- '내 집 마련' 시작이 막막하다. “그래도 내 집 마련이 최우선이다. 돈을 쪼개서 여러 개를 늘리는 것보다 최대한 한계치까지 무리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여력이 있는지, 재무구조를 따져 보는 것이 첫 번째다. 대출을 받았을 때 어느 수준의 이자를 낼 수 있는지, 저축 액수와 보험료를 재설계해 아낀 돈, 카드값을 아낀 돈에서 이자가 다 나가야 한다. 강의를 하면 수강생들이 대부분 엄마들인데, 오늘 커피를 마셨냐고 물어본다. 그리고는 3년 동안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말한다. 3년 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는 돈이 대출 5000만원의 이자니, 그 돈으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라는 의미다.”
-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가. “맞다. 나는 스마트폰에 쇼핑 앱도 다 지우라고 한다. 필요할 때 동네 슈퍼에 가서 한두 개씩 사서 쓰라고 말한다. 3년 동안 대형 마트도 가지 말고, SSM(기업형슈퍼마켓)만 가라고 한다. 요즘은 ‘냉장고 파 먹기’도 하라고 한다. 이것도 곧 얼마나 카드값을 아낄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는 거다. 길게 하자는 게 아니라 3년이다. 부동산 사이클은 2년이지만 넉넉히 3년만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하자는 것이다. 가계부도 쓰지 말라고 한다. 버는 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자와 저축을 떼 놓고 나머지 돈으로만 살면, 살게 돼 있다. 포인트는 남은 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저축을 먼저 하는 것이다.”
- 이주현 대표의 첫 부동산 투자는 성공했나. “2007년에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를 샀던 것이 처음이었다. 실패였다. 그때는 전혀 지식이 없었다. 첫 집이 3000만원이 올라서 기뻐했고, 신혼집을 사려고 그 아파트를 팔아서 돈을 마련했다. 팔고 나니 그 아파트가 지금 신분당선 앞 초역세권 아파트였다. 신분당선이 뭔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또 아이가 생겼을 때 거주하던 집은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아파트가 아니었고, 이사를 가고 싶어 집을 내놨는데 1년 반 동안 집이 팔리지 않았다. 그때가 부동산 하락기였다. 1년 반을 기다려 팔았는데, 그 값이 1년 이후 전세 가격이었다. 안 팔리던 집이 왜 매수가 시작됐는지 원인을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서울 서초구 마이크임팩트스튜디오에 자리 잡은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 정시종 기자 jung.sichong@jtbc.co.kr - 실제 부동산 현장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 “먼저 시세나 거래 내역, 그 동네의 호재 단지 같이 손품을 팔아야 한다. 현장에 갈 때도 미리 중개업자와 시간을 잡고, 그 시간이 되기 30분 전에 생각해 놓은 단지를 먼저 둘러본 뒤 물건을 보는 것이 좋다. 미리 구매 결정을 내리고 가야 한다. 지금 같은 상승기에는 매수자가 몰려서 매물이 언제 나갈지 모른다.
(공부하러 가는 경우) 중요한 것은 다녀와서 기록해야 한다. 공책에 지역 정보·물건 정보·시세·개인 의견 등을 적는다. 내 느낌이 중요하다. 여기는 이래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저기는 안 오를 것 같다고 적어 놔라. 그리고 6개월이 지나서 내가 적었던 것들이 맞았다면 부동산에 대한 감이 좋은 것 아니겠나. 확률 게임이다.”
- 막연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 달라. “먼저 무주택자는 가점, 청약 대상자인지, 당첨 가능성부터 따져 봐야 한다. 신혼부부라도 주택 공급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인지 내 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막연하게 로또 청약에 신청하는 것은 안 된다. 당첨이 안 되고 집값은 계속 올라가면 공포 심리가 생긴다. 무주택자는 공부해야 한다. 부동산은 현장인데, 기본 지식이 없으면 안 된다. 서울시가 내놓은 '2030플랜' 등 기본 계획이나, GTX 같은 새 철도망, 일자리 호재는 외워 둬야 한다.
나는 임신하고 아이 때문에 부동산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영어 학원 강사였는데, 아이에게 앞으로 사교육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학원을 그만뒀는데 아이에게 좋은 엄마면서 돈을 벌고 싶어서였다. 젊은 청년들이 ‘부동산 메커니즘’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뒤에는 청년들이 나라를 끌고 가야 하는데 아무도 청년들에게 부동산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더라. 그래서 하반기에는 대학가 서점을 다니면서 무료 강의를 많이 할 예정이다. 100명 중 한 명이라도 재테크에 대해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주현(필명 월천대사) 대표 프로필
소속 : 월천재테크 대표 이력 : 2018 코엑스 머니쇼 강연 코엑스 부동산트렌드쇼 강연 2017~ 직방 부동산전문가 칼럼니스트 저서 :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