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하 부국제)가 23번째 축제를 마무리 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폐막식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폐막식은 오후 7시 배우 권해효·구혜선의 사회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치러진다. 이날 폐막식에는 평양 방문으로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오거돈 부산시장도 참석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이용관 부국제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함께 폐막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뉴커런츠 부분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부문으로, 후보에 오른 10편 중 심사를 거쳐 2편을 선정한다. 시상한 감독들에게 각각 3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폐막작은 홍콩 영화 '엽문외전'이 선정됐다. 견자단의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엽문에게 패배한 후 조용히 살아가던 장천지가 우연히 삼합회에게 쫓기던 줄리아를 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감독)'로 포문을 연 올해 부국제에서는 총 79개국 323편의 작품이 초청돼 상영됐다. 월드 프리미어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도 포함됐다. 국내외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을 직접 찾아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지겹게 들었던 '절반의 성공' '반쪽 축제'라는 오명은 피할 수 있었던 열흘이다. 부산 시장을 비롯해 부국제 수뇌부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영화제를 둘러싼 정상화에 대한 바람은 끊임없이 불었고, 각 영화 단체들은 보이콧을 해제하며 영화제에 힘을 실어주려 노력했다.
실제 배급사·제작사·영화계 협회 등 각 단체가 준비한 밤 행사가 부활했고, 부국제 특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돌아왔다. 게스트의 참여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개막식 레드카펫을 비롯해 영화제를 뒤 흔들만한 특별한 사고도 없었다.
문제는 그것이 '끝'이라는 것.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인 삐그덕거림이 눈에 보였고, "아직 축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재미없다"는 반응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한 관계자는 "어쩌면 지난해가 할 말도, 쓸 말도 더 많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 방문이 큰 영향을 끼쳤다"며 "단기간에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된 과도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는 없었지만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뉴커런츠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쿠니무라 준과 갈라 프레젠테이션 공식 초청작 '초연' 주인공 바이바이허에게 질문된 일본 욱일기 및 판빙빙 이슈는 부국제 측의 사과와 함께 진행 미숙으로 마무리 돼 씁쓸함을 남겼다. 논란을 위한 논란으로 보이는 수준이지만 유일한 이슈라 더 주목 받았다. 너무 조용히 흘러간 후반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날씨조차 도와주지 않았다. 가장 주목받아야 할 시기 갑자기 들이닥친 태풍 콩레이는 올해 부국제 최고의 악재였다. 영화 이야기보다 태풍 이야기가 더 많았다. 축제의 기간을 정함에 있어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태풍도 이기지 못한 것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이다. 통제 경보가 뜬 상황에서도 영화 팬들은 태풍을 뚫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취소표가 거의 풀리지 않으면서 부국제 측은 발빠르게 상영을 재개해야 했다. 관계자들은 "영화와 관객만 있어도 영화제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바람의 저편', '모어 댄 블루', '할로윈', 퍼스트 맨', '미래의 미라이' 등 외화들과 '뷰티풀 데이즈', '돌멩이', '풀잎들', '영주', '반신반의' 등 다양한 국내 작품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부국제 측은 13일 오전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부국제의 성과를 발표하고, 나아갈 방향성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전망이다. 정상화를 향한 첫 발걸음을 이제 막 내딛은 만큼,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어떤 비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