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여곡성(유영선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유영선 감독과 주연배우 서영희·손나은·이태리·박민지가 참석해 영화를 처음으로 소개하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공포영화로 손꼽히는 '여곡성'(1986)의 리메이크 버전'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씨 부인(서영희)이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이번 영화에서 서영희는 두 아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남은 셋째 아들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 신씨 부인을 연기한다. 남편의 행방마저 묘연한 상태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 철저하게 집안을 군림하던 그는 어느 날부턴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서영희는 "오랜만에 공포영화를 찍게 됐다. 사실 공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에 '내가 본 공포물이 전부가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공포물의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공포물에 눈을 떴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 공포를 겪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를 해치는 공포 연기를 했다"며 "연기를 위해 한복을 입었는데 예뻐서 너무 좋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손나은은 기묘한 신력을 지닌 여인 옥분으로 분했다. 조선 최고의 사대부 집안에 팔려온 옥분은 대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셋째 아들과 혼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첫날밤 남편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이하고 집안에 기이한 죽음들이 이어지면서 자신에게 신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집안의 비밀을 파헤친다.
'여곡성'으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르게 된 손나은은 "공포물은 언젠가 한번쯤은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한 장르였다. '여곡성'을 함께 한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표했다. 그는 "공포물이라 부담도 컸고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동료 배우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감독님은 참고할 자료를 공유해줘 도움이 많이 됐다"며 "피 분장을 처음 해봤는데 볼 때마다 소름 끼치더라. 정말 진짜 같았다"고 회상했다. 힘든 촬영도 많았다. 서영희는 섬뜩했던 장면으로 지렁이 국수 신을 꼽으며 "CG도 있지만 실사도 많이 보인다. 헷갈릴 정도로 너무 싫었다. 찍으면서 '컷이 언제 되지' 걱정이 많았다. 원래 국수 좋아하는 분도 끊게 만든 장면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털까지 붙은 닭을 뜯는 장면에 대해서는 "맛있게 먹었어야 했는데. 뭔가 열정적으로 먹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촬영날이 지난해 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다. 피를 내뿜는 특수효과 관이 얼어붙을 정도로 촬영이 힘들었다. 피가 얼면 손에 가시가 박힌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 느껴봤다. '동상에 걸리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공포 영화인만큼 귀신을 목격한 에피소드도 빠질 수 없다. 손나은은 "세트장에 귀신 많이 출몰하는 숙소가 있었다. 마지막 촬영 때였는데 새벽에 씻고 가기 위해 그 방에 갔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현관문 센서등이 켜져서 현관문을 봤더니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손나은은 "매니저라 생각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문이 다시 닫혔다. '이따 내려가서 말해야지' 싶어 그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려가서 매니저에게 '아까 부르러 왔었냐'고 했더니 자기는 차에서 자고 있었다고 하더라. 키는 내가 갖고 있었고, 현관문은 잠그고 있었는데 '어떻게 문을 열었지' 싶어 나중에는 소름이 끼쳤다"고 밝혔다.
여성 공포물의 명맥을 이을 작품으로 그 가능성을 보인 '여곡성'은 내달 8일 개봉, 초겨울 관객들에게 극강의 공포를 선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