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연속 매진 행렬과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국 축구 부흥의 열기는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갖는다. 대표팀의 올해 국내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대표팀의 모습이 보고 싶어도 경기장을 찾을 수 없다.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 친선경기(2-2 무)를 마지막으로 4차례 국내 평가전 일정을 모두 마쳤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9월 A매치 2연전(코스타리카-칠레) 그리고 10월 A매치 2연전(우루과이-파나마)을 모두 안방에서 치른 한국은 이제 다가오는 11월 호주로 이동해 벤투호 결성 이후 첫 원정 평가전을 치르는 일정만 남겨 뒀다. 11월 17일 홈팀 호주 그리고 11월 20일 우즈베키스탄과 2경기를 치르면 벤투호의 올해 일정은 모두 끝난다.
벤투호의 첫 원정 항해가 될 11월 호주 일정을 앞두고, 국내에서 치른 4번의 평가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은 자신의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9월 7일·고양)에서 이재성(26·홀슈타인 킬)과 남태희(27·알 두하일)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다음 경기인 칠레전(9월 11일·수원)에선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뒀지만 소문난 강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맞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 달 뒤 다시 모인 벤투호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10월 12일·서울)마저 2-1로 꺾으며 순풍에 돛을 달았다. 우루과이의 에이스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가 한국에 오지 않았다곤 해도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 디에고 고딘(32·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월드컵 주요 멤버들이 출전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하지만 16일 파나마전 무승부 그리고 같은 날 열린 일본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에서 일본이 4-3 승리를 거두면서 상승세를 타던 벤투호의 분위기가 주춤했다. 경기 이후 몇몇 선수들은 무승부가 아니라 패배를 당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 4차례 평가전을 통해 벤투호가 거둔 성적은 2승2무. 출범 이후 아직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 그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시작된 불꽃같은 축구 열기는 벤투호의 무패 행진을 타고 더욱 거세게 번졌다. 그러나 이제 출범 초기인 만큼 안방에서 치른 4번의 평가전은 막 첫발을 내디딘 벤투호에 소득보다 과제를 남겼다. 2019 아시안컵에 대비해야 하는 벤투 감독 입장에선 좋은 '오답노트'를 얻었다고도 볼 수 있다.
코스타리카전부터 파나마전까지, 4경기를 통해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 나설 대표팀의 밑그림을 그렸다. 큰 변화 없이 고정적으로 출전한 선수들의 경우 아시안컵까지 쭉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앞선 3경기와 달리 새 얼굴을 실험했던 마지막 파나마전에선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가 나와 고민거리다. 다양한 공격 옵션을 실험하기 위해 장신 스트라이커 석현준(27·랭스)을 선발로 내세워 실험해 봤지만 슈팅 0개에 그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속속 드러났다. 먼저 2골을 터뜨리며 앞서가자 집중력이 떨어졌고 체력 저하와 맞물려 실수로 이어졌다. 중반 이후 살아난 파나마의 압박에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선 칠레전에서 상대 압박에 밀려 고전했던 점을 생각하면 탈압박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3경기에서 호평받았던 수비 조직력의 안정감이 마지막 파나마전에서 흔들린 점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회골을 내줬던 전반 45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제대로 막지 못한 부분이나 후반 4분 조현우(27·대구 FC)의 킥 실수-남태희의 패스 실수로 내준 동점골 장면은 반드시 고쳐야 할 '오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