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는 데뷔 10주년에도 진부하지 않았다. 화려한 축포 대신 발칙한 경고로 당돌하게 자신을 내보였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발판으로 삼을 뿐이었다.
아이유는 지난 10일 10주년 기념 싱글 '삐삐'를 발매하고 주요 음원 사이트를 '올킬'했다. 국내 최다 이용자 수를 보유한 멜론 차트에서 24시간 최고 이용자 수 기록을 새롭게 수립했다. 자신이 수립한 종전 최고 기록인 '레옹'의 140만 명에서 6만여 명을 추가하며 독보적인 음원 파워를 보였다. 티켓 파워도 남달랐다.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인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11월 17~18일 열리는 공연을 매진시켰다. 국내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패티김·BMK·인순이에 이어 4번째 한 입성이다.
데뷔 때만 해도 아이유는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 2008년 데뷔곡 '미아'는 열다섯 살 아이유가 부르기에 너무 성숙했고 당시 유행한 기계음이 섞인 댄스 장르와도 거리가 먼 발라드였다. 하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기타 연주와 가창력을 겸비한 소녀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아이유의 음악적 도전은 계속됐다. 2010년 '좋은 날'로 삼단 고음을 선보이며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고 2013년 발매한 정규 3집 '모던타임스'에 자작곡을 수록했다. 2015년 미니 4집 '챗셔'부턴 프로듀서로 나서 폭넓은 음악적 역량을 보여 주고 있다.
최백호·김창완·양희은·서태지·이효리 등 선배들과 컬래버레이션도 꾸준했다. 양희은은 "꼬맹이가 아주 노래를 썩 잘한다. 정말 열심히 노래를 발표하는 친구다. 가사를 잘 쓴다. 보통이 아니다. 머리가 좋고, 감수성도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이효리는 "나를 이을 만한 후배 가수를 이야기하라면 차라리 아이유를 이야기하고 싶다. 자기만의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매력으로 나를 훨씬 더 앞질러 갈 수 있는 후배다"고 감탄했다. 최근엔 오혁·지코 등 1020세대 팬층을 거느린 '핫'한 가수들과 협업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똑똑한 행보를 걸어오고 있다. 10년간 활동하며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접 노랫말을 붙인 '제제'는 롤리타 논란을 불렀고 잠옷 셀카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삐삐'에는 아이유가 활동하며 느낀 솔직한 감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십 거리와 선정적인 황색언론 등 비난하는 목소리를 향해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관계에 무례하게 선을 넘어 오는 사람들을 향한 세련된 경고다. 더불어 "호들갑 없이 시작해요" "나예요 다를 거 없이" "이대로 좋아요"라며 10주년에도 변함없는 자신을 드러냈다.
아이유는 "10년 동안 고마웠습니다. 10년간 더 열심히 할게요"라는 짧은 소감만을 남겼다. 대신 10년간 한 활동의 공을 팬클럽 '유애나'에 돌리고,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팬미팅·콘서트·기부 등 팬과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다. '아는형님' '대화의 희열'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발한 소통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