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강남구 레이니스트 본사에서 만난 장한솔 레이니스트 PMO가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를 소개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언젠가 드라마에서 부잣집 사모님이 백화점을 방문해 늘 우리가 보던 백화점이 아닌 VIP룸에서 따로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소비를 많이 하는 고객을 기업이 따로 관리하는 것이었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해서 각 은행별 기준을 상회하는 고객들을 VIP 등급으로 분류해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게 운영하고, 따로 자산을 관리해서 키워 준다. 개인이 알아서 하지 않아도 365일 은행이 자산을 관리해 준다.
최근 개인이 돈을 얼마나 갖고 있건 자산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서비스인 ‘핀테크’를 기반한 것인데, 일단 익숙한 가계부로 친숙히 다가오는 중이다.
쉽게 말해 내가 가진 보험·증권·카드·은행 계좌 등을 한번에 보여 주고 돈을 얼마나 쓰는지, 불리는지 등을 분석해 준다.
나라에서도 이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흩어진 개인의 금융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이를 활용하는 주체가 기업이 아닌 ‘개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방향을 잡아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칭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금융 데이터들은 금융사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이었고, 개인이 활용하기 원활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점이 베이스에 깔려 있다.
장한솔 PMO는 미래에 흩어져 있는 금융 데이터를 개인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정시종 기자 이같이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길을 나란히 하는 서비스가 있다.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뱅크샐러드’다. 최근 뱅크샐러드는 판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간담회’에 핀테크 기업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고, 뱅크샐러드는 그 앞에서 직접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날 시연을 맡은 장한솔 뱅크샐러드 PMO(프로젝트관리총괄)는 문 대통령에게 “가계부를 쓰십니까?”라고 물어 간담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17일 서울시 강남구의 뱅크샐러드 운영사 레이니스트 본사에서 장 총괄을 만나 당시의 이야기를 물었다.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한솔 PMO. 정시종 기자- 대통령에게 했던 '가계부 쓰냐'는 질문은 어떤 의미였나. “사실 간담회를 위해 시연 리허설을 전날부터 했다. 아무래도 이걸 (질문)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 하지 말자고 했다. 질문하려고 했던 이유는 자산관리라는 게 온 국민에게는 와닿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 참석하시는 다른 부처 장차관님들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가계부일 것 같았다. 만약에 ‘예’라고 했을 때는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것이고, ‘아니요’라고 하면 안 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계부처럼 일상적인 것을 풀어서 보여 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실전에서 했고 반응이 괜찮았다고 들었다. 문 대통령은 웃었고, 답은 없었다.”
- 그래서 뱅크샐러드는 어떤 서비스인가. “쉽게 말해 내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통계를 보면 내 돈은 계좌 4~5개에 분산돼 있다. 통합적으로 볼 수 없다 보니까 이 순간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뱅크샐러드는 내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게 해 주고,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분석한 결과를 통해서 최적의 금융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알려 준다. 가계부는 초기 전략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가계부를 대체한다기보다 금융 WM(자산관리)이나 PB(Private Banker) 서비스들까지 해 주는 것을 목표로 본다. 쉽게 말해 가계부라는 것은 지출 관리 수단과 부를 늘리기 위한 투자 자문 역할, 부채관리 업무 등 자산관리 영역에서 ‘관리’ 측면을 상세하게 쪼개서 ‘금융 비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아직은 은행에서 내 돈을 확인하는 게 익숙한데, 앞으로는 뱅크샐러드 같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나. “이미 ‘브로콜리’나 ‘KB마이머니’ ‘핀크’ 등 최근 ‘알다’라는 서비스도 나왔다. 장기적으로 페이사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연동하고, 추천받아서 가입시키는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게 돈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페이사 중 신세계의 SSG페이는 대출상품을 추천하는 중계를 시작했다.”
- 기존에 은행들이 하던 역할 일부를 핀테크 기업들이 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이해하면 되나. “대신한다기보다 설루션처럼 제공될 것으로 본다. 지금도 재무설계사들이 고객에게 뱅크샐러드를 오히려 설치시켜서 자산을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들었다. 보험 영업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 뱅크샐러드는 금융상품을 하나로 모은 플랫폼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정보비대칭성을 줄여서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금융에만 국한되거나, 비투시(기업·고객 간 거래)에만 해당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좀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거라면 관계없이 시험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사뿐 아니라 유통사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통사의 가장 큰 관심은 고객을 어떻게 끌어올까인데, 웹사이트 방문 클릭이 약한 관여도라고 하면 직접 소비하는 것은 ‘큰 관여도’다. 소비지출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타깃 고객을 만들기 쉬워지기 때문이다.”장한솔 PMO가 뱅크샐러드 소개 화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 나라에서도 관심을 갖고 핀테크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금융산업이 어떻게 변할 거라고 보나.
“그동안 금융사들은 광고할 때 ‘행복하게 살자’라든지 ‘1등’이라든지 브랜드를 광고했다. 금융시장의 선택 기준이 ‘신뢰도’기 때문이다. 고객은 그 금융사의 상품 하나하나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사의 신뢰도를 근거로 판단한다. 신용카드만 봐도 우리나라에 4000개가 넘고, 하나하나 혜택이 다른데, 어떻게 나에게 맞는 상품을 비교해 선택하겠나. 가장 믿는 친구의 말을 듣게 된다. 한 주에 은행 브랜드만 20개가 넘는 미국을 보면 1990년대 말부터 어느 은행이 나에게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해졌다. 물론 신뢰도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사가 중요해졌다. 작은 금융사라도 좋은 상품만 갖고 있으면 선택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 다른 선진국의 핀테크 기업 사례도 궁금하다.
“일본에 뱅크샐러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포워드’라는 회사가 있다. 가계부로 시작해 개인 자산관리나 10년 뒤 자산 목표 설정에 실제 달성 방법, 저축이나 투자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이 기업은 상장까지 해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미 비투비(기업 간 거래) 사업까지 확장해서 개인사업자와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설루션이 됐다. 미국이나 유럽의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상품 추천·중계가 수익모델인 반면 머니포워드는 유료모델로 수익을 내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가족 전체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가족 가계부’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정기적으로 월 5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유튜브로 치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개념으로 수익을 얻는 것이다.”
- 뱅크샐러드도 미래에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있나.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고객들은 선택을 한다거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뱅크샐러드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카드 추천부터 시작했다. 먼저 무작정 카드 관련 데이터를 쌓았다. 금융상품 정보를 전달해서, 이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했고 대출과 보험으로 확장시켰다.
이 금융상품에 대한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고객의 정보를 맞추는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카드·은행·보험·증권이 연동돼 있는데, 당장 카카오뱅크나 보험사가 연동되지 않는 곳이 있어 모두 연동하는 게 목표다. 이후 자산 영역을 확대, 동산부터 부동산까지 확장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미래에는 자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코칭 서비스를 제공, 목표로 갈 수 있는 선택지를 주고,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면 뱅크샐러드가 개인 자산의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