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했을 때, 현지 언론은 류현진(31)이 3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성적이나 실력 면에서는 클레이튼 커쇼에 이어 두 번째 선발이 당연하지만, 시즌 내내 류현진이 원정보다 홈에서 훨씬 강했다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끝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류현진의 등판 순서는 결국 시리즈 직전에야 '2차전'으로 밝혀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굳이 류현진의 등판 순서를 3차전으로 미루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류현진의 저력과 안정감을 믿고, 순리를 따랐다.
결과적으로 일부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류현진은 14일 NLCS 2차전에서 4⅓이닝 6피안타 2실점을 기록해 5회를 채우지 못했다. 팀이 역전승해 패전 투수는 면했지만, 홈에서 열렸던 디비전시리즈 1차전(7이닝 무실점) 만큼의 위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20일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2차전에 나섰던 류현진은 홈 3연전이 모두 끝난 뒤 다시 밀러파크로 돌아와 6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2차전보다 더 좋지 않았다. 1회부터 장타를 집중적으로 허용하면서 3이닝 7피안타 2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3승 2패를 기록하고 있던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제손으로 확정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류현진으로선 원정지, 특히 밀러파크와 또 하나의 악연을 추가한 셈이다.
월드시리즈는 24일 시작된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만나게 될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이다. 보스턴이 먼저 홈 어드밴티지를 얻은 탓에 1·2차전은 다저스타디움이 아닌 펜웨이파크에서 치러야 한다. 류현진은 등판 간격상 홈에서 열리는 3~5차전 가운데 한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코리안 몬스터'는 과연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선발 투수로 나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