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기계를 정비하던 30대 근로자가 사망했다. 위탁판매처인 광동제약과 약속한 물량을 무리하게 맞추다가 변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7년간 삼다수를 위탁판매해 막대한 매출을 올린 광동제약은 유감 표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삼다수 팔아 몸집 키운 광동제약 지난 20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제주시 삼다수 공장에서 기계를 정비하던 근로자 김모(35)씨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젖먹이 딸을 둔 가장인 그는 CCTV도 없는 공장에서 3조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브랜드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41.5%였다. 그 뒤를 롯데칠성의 '아이시스'(9.7%), 농심 '백산수'(7.9%)가 쫓지만 삼다수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덕에 지난해 매출 3241억원을 달성했다.
삼다수로 큰돈을 버는 기업은 제주개발공사 말고도 더 있다. 2012년부터 삼다수의 위탁판매를 맡아 온 광동제약이다. 위탁판매란 상품의 제조 및 소유자가 대행업체에 판매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판매 대행사는 보통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위탁판매로 2017년 19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총매출 1조1400억원 중 16%에 해당할 정도로 큰 비중이다.
국내 메이저 제약 기업의 관계자는 "광동제약은 제약 회사인데도 의약보다 삼다수와 옥수수수염차 등 물과 차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지난해 광동제약이 매출 '1조 클럽'에 들었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광동제약을) 끼워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식음료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동제약은 '효자' 제품인 삼다수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사망 사건이 났지만 어떤 공식적인 입장이나 위로의 뜻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광동제약이 생산이 아닌 위탁판매만 맡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라인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자신들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24일 광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제주삼다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측에서 별도로 공식 위로나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다수 생산 공장에서 사망한 고인의 유족은 "광동제약도 제주개발공사와 함께 삼다수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 중 하나 아닌가. 그들을 위해 10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근로자가 무리한 물량을 맞추려다가 공장 기계에 목이 껴 숨졌는데 광동제약은 위탁판매 업체라는 이유로 어떤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0일 된 딸과 미망인이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함께 진정성이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울 때는 위탁판매 내세워 선 긋기 일부에서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팔아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위탁판매'라는 명목 뒤에 숨어 궂은일은 피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지난 3월 22일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에 눈에 띄는 활동이나 캠페인을 하지 않았다. 경쟁 업체인 '마신다'를 보유한 동아오츠카, '아이시스'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 등이 유니세프와 함께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판매 금액 일부를 국제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는 국내에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는 생수 브랜드인 삼다수의 위탁판매권을 사활을 걸고 따냈으면서도 돈이 안 되는 일은 당연한 듯 발을 빼는 광동제약의 태도에 눈총을 보내고 있다.
이번 삼다수 공장 사망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탁판매를 하고 있으니 광동제약 측에서 삼다수 공장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낼 법적책임 같은 건 당연히 없다"면서도 "지난해 (제주삼다수) 입찰 때는 가장 공격적으로 나섰는데 사고가 나니 조용하긴 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 삼다수 공장 사망 사고의 원인에는 위탁판매처인 광동제약 측과 약속된 물량을 무리하게 맞추려고 한 부분도 있다. (광동제약이라고 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도의적인 책무까지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제주개발공사가 (사망 사고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유족이나 노동계의 주장에 대한) 답변이나 공식 입장 여부는 내부적으로 논의 등을 거쳐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