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은 27일 홈구장인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9회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7회 정의윤 타석 때 대타로 들어가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그러나 8-8로 맞선 9회 1사 1루 상황에서 넥센 마무리 김상수의 3구째 시속 144km 직구를 걷어 올려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가을 정권'이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데뷔 후 줄곧 포스트시즌에 강점을 보였던 박정권은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팀에 무려 80%에 육박하는 확률을 안겼다. 역대 5전3승제로 치러진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무려 78.6%(28차례 중 22번). 아울러 플레이오프 개인 통산 7호 홈런으로 이승엽과 홍성흔(이상 6개)을 제치고 역대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소감은. "포스트시즌 첫 경기가 중요하다. (김)성현이의 홈런이 나와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다가 넥센에 동점 홈런을 맞고 분위기가 다운됐던 게 사실이다. 혹시나 우려했던 일이 벌어질까 했는데 그 전에 위기(9회 1사 1,2루)를 잘 막았다. 공교롭게 내 타석에서 찬스가 걸렸다. 홈런이나 안타보다는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에 놓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치려고 했는데 걸과가 예상과 다르게 너무 잘 나왔다."
-가을에 강한 이유가 있다면. "남들보다 그냥 좀 재밌게 하는 것 같다. 몇 경기 못하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즐겨야 하지 않나. 정규시즌처럼 내일이나 다음 주가 있는 게 아니다. 최대한 즐길려고 한다. 그냥 야구장에 나와 있는 것 자체가 재밌고, 좋다."
-올 시즌 내내 힘들었는데 해소가 되는 홈런일까. "2군에서 힘든 적이 많았다. 최대한 놓지 않으려고 하면서 계속 나 자신을 붙잡았던 거 같다. 계속 참으면서 하니까 엔트리에도 들어갔다. 살다보니까 이런 일도 있다.(웃음)"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못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도 했나. "엔트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기 쉽지 않았다. 일단 시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으니까 들어가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가을 야구에 대한 주위의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나. "아니다. 삼진을 기록하더라도 야구장에 나와 있는 게 좋다. 분위기가 다르고 재밌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단기전 중요한 경기를 하다보면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간다.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시즌 때는 자가진단이 가능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사람이 많아 멍하고 자기 플레이를 어떻게 하는지 모를 수 있다. 한 템포 쉬거나 평소보다 천천히 하는 게 좋다. 자기 스윙의 반의반만 돌려도 된다. 힘을 빼고 즐겼으면 한다."
-현재 SK 후배들은 즐기는 것 같다. "충분하다. 오늘 경기 전에도 계속 물어봤는데 말로는 긴장된다고 하는데 표정은 아니더라.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홈런 선수가 된 소감은. "경기를 많이 해서 자연적으로 따라온 게 아닌가 싶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