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내야수 김혜성(19)이 매 경기 시선을 모으고 있다. 3차전에선 리드오프로 나서 맹타를 치더니 4차전에선 선발로 나선 동갑내기 이승호를 지원하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마지막 이닝에선 결정적인 실책도 했다.
김혜성은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전날 3루타 포함 2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넥센의 시리즈 첫 승에 기여했다. 이날은 타석보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돋보였다.
넥센 선발 이승호는 1회 무사 1·2루 기회를 잘 넘긴 뒤 2회도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좋은 흐름을 탔다. 그러나 3회초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우측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출루를 허용하면 SK 상위 타선과의 승부에 부담이 생기는 상황.
김혜성이 공을 쫓았다. 그리고 몸에 균혀이 무너진 채로 포구를 해냈다. 여기까지는 A급 수비였다. 이어서 빠르게 자세를 가다듬고 1루 송구를 해냈다. 수비 뒤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1루수의 발에 타이밍을 맞춰야 했다. 송구는 다소 바깥쪽으로 빠졌지만 무사히 미트 안으로 향했다.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지원했다. 이승호는 2사 뒤 김성현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이날 좌투수 상대 강점을 인정받고 전진 배치된 타자다. 만약 주자가 있었다면 실점이다. 나머지 아웃카운트는 삼진으로 잡아내며 투수 스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김혜성의 좋은 수비는 4회도 나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재원의 느린 타구가 2루 베이스 앞으로 향했다. 타자의 주력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김혜성은 쇄도 동작에서 포구와 송구를 했다. 간발 차이로 공이 타자의 발보다 먼저 당도했다. 이후 상황에서도 이승호는 연속 볼넷을 내주며 잠시 흔들렸다. 김혜성이 어깨 짐을 덜어주는 수비를 했다.
유격수와의 연계 플레이도 돋보였다. 8회 수비에서 투수 안우진이 무사 1루에서 SK 4번 로맥에게 좌측 땅볼을 유도했다. 다소 깊은 코스였고 넥센 유격수 김하성이 선행 주자를 잡기 위해 송구했다. 이 시점까지는 무난히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러나 타자까지 아웃 시키기는 타이밍이 늦을 것으로 보였다. 이때 김혜성은 군더더기 없는 송구 동작으로 송구를 해내며 타자까지 잡아냈다. SK가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최초 판정 아웃이 유지됐다.
타석에선 리드오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삼진 2개, 땅볼과 파울플라이 1개 씩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승호의 무실점 투구를 도운 두 번의 호수비는 타점이나 득점에 버금간다.
완벽하진 않았다. 긴장감이 고조된 9회 수비에서 실책을 범했다. 바뀐투수 이보근이 땅볼을 유도했지만 포구에 실패했다. 타구 속도가 빠르긴 했지만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사실 준PO에서도 아쉬운 수비가 있었다.
여파는 컸다. 후속 한동민의 중월 홈런이 이어졌다. 넥센도 2점 차로 쫓겼다. 그나마 마무리투수 김상수까지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지켜냈다. 4-2 승리. 김혜성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송성문이 타격으로 경쟁력을 발휘하며 잠시 자리를 내준 선수다. 그러나 팀이 위기에 있을 때 존재감을 발휘했다. 완벽한 경기를 앞두고 흔들리기도 했다. 확실한 건 이 2년 차 신인급 선수의 경기력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핀조명을 자신에게로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