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2018년도 제6차 이사회를 개최해 "19일까지 경찰청이 아산무궁화에 의경 신분 선수의 충원을 지속하기로 결정할 경우에 한하여 아산무궁화에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날까지 이와 같은 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2위를 확정한 성남 FC에 승격 자격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연맹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아산이 K리그2 우승을 통해 승격 자격을 취득한 만큼, 정상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기로 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항은 단연 아산 무궁화의 2019시즌 K리그1(1부리그) 승격 자격에 관한 결정이었다. 아산은 지난달 27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2부리그) 2018 34라운드 경기서 서울 이랜드를 4-0으로 꺾으며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스플릿 시스템에 따라 K리그2 정규리그 1위 팀은 다음 시즌 K리그1으로 자동 승격하게 되어있지만, 아산은 팀의 존폐 위기에 처해있어 이 부분을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했다. 아산의 모체인 경찰청이 최근 선수 모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청은 2023년까지 의경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15일 연맹과 아산 구단 측에 "올해부터 선수를 모집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축구계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산 구단은 "정부 방침인 군복무 대상자 감소에 따라 2022년까지 의무경찰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3년에 의경제도를 완전 폐지하기로 한 점에 대해서는 수긍한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둔 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던 정부 방침과는 달리 경찰청은 올해부터 아산 선수를 모집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경찰청 방침대로 선수 수급을 하지 못할 경우 아산 앞에는 사실상 해체라는 길 밖에 남지 않는다. 2019년 전역자를 제외하면 아산 선수단은 단 14명으로, 선수 수급이 되지 않을 경우 연맹이 규정한 클럽 최소 인원(20명)을 맞출 수 없다. K리그1 승격은커녕 리그 잔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연맹 입장에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아산은 "경찰청이 선수 모집을 중단하기로 한 만큼 연맹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연맹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경찰청의 입장이 워낙 단호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축구계 인사들도 후배들을 위해 나섰다. 지난 2일엔 허정무 연맹 부총재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를 비롯한 임직원들, 축구 원로들로 구성된 OB축구회 회원은 물론 김병지·송종국· 현영민 등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비롯해 아산무궁화 코칭스태프와 유소년 선수들, 현직 유소년 지도자 등 300여명의 축구인들이 모여 청와대 앞 집회까지 벌였다.
축구계의 요구는 선수 모집 중단 방침을 2년만 유예해달라는 내용이지만 경찰청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일단 19일까지 유예 기간을 얻은 아산은 실낱같은 승격 가능성을 남겨둔 채 팀의 존속을 위해 '희망 고문'을 이어가게 됐다. 만약 아산 대신 2위 성남이 승격할 경우 K리그2 플레이오프에는 3위를 확정한 부산 아이파크가 진출하고, 준플레이오프에는 4위인 대전 시티즌과 5위 팀이 진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