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은 최근 힘든 경험을 했다. 부상당한 선수 대신 이른 시간 그라운드에 교체투입돼 팀 동료의 선제골을 돕고도 후반전에 교체를 당했다. 한 경기당 3장으로 정해진 교체카드를 생각하면, 교체로 투입한 선수를 다시 교체로 빼는 일은 여간해선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교체로 넣은 손흥민을 다시 교체시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고, 굴욕적인 선수 교체를 당한 손흥민은 침묵 속에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불과 이게 불과 나흘 전의 일이다. 그리고 손흥민은 교체 논란 후폭풍이 채 가시지 않은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PSV 에인트호벤과 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교체되기 전까지 75분을 뛰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진 못했지만 팀은 2-1로 승리를 거두고 1승1무2패(승점4)로 3위가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기는 건 특별하다"고 승리에 대한 소감부터 전한 손흥민은 "그런 정신으로 오늘도 결국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된 토트넘은 다음 인터밀란전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손흥민은 "올라가기 위해선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도전하겠다"는 말로 각오를 덧붙였다.
울버햄튼전 교체 논란에 대해선 손흥민도 여러모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흥민은 "감독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해야하는 상황"이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선수로서 감독님의 입장을 이해하려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 손흥민은 교체될 때 표정이나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그 상황에서 그런 표정, 행동을 한 건 모두 내 잘못"이라고 얘기했다.
물론 당시 상황은 선수로서 결코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감독님께 생각이 있었고, 내가 아직 덜 성숙하구나 하는 걸 한 번 더 느끼게 됐다"는 말로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스스로 "덜 성숙하다"고 표현했지만, 교체 논란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는 충분히 성숙한 모습이었다.
한편 손흥민은 체력 문제에 대해 "힘든 상황들을 가는 것 같고, 감독님이 나를 생각해서 (출전시간을)조절해주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9월과 10월 A매치까지 소화하며 혹사 논란이 일었던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연신 빼곡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손흥민은 "힘들긴 하다. 안힘들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다만 잘 회복하려고 한다. 힘든 것을 이겨내는 것도 프로페셔널"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11월 A매치 때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는 만큼, 재충전을 위한 시간은 어느 정도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하는 손흥민의 마음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는 "대표팀에 대한 애정도 크다. 안간다고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이제 (내가)성용이 형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못가는 만큼 그동안 못했던 훈련도 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겠다. 재충전할 것"이라고 굳은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