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호주로 출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 모여 비행기에 오른 선수는 20명이다.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 뛰는 이청용(30·보훔)과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22·함부르크) 김정민(19·FC 리퍼링) 정승현(24·가시마) 등 5명이 소속팀 일정상 현지에서 합류하는 데다 출국 당일 김문환(23·부산 아이파크)이 좌측 대퇴부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이 김문환의 대체 선수를 발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소집 명단은 25명으로 확정됐다.
이번 원정길은 여러모로 의미가 각별하다. 일단 벤투 감독 체제가 출범한 뒤 치르는 첫 번째 원정 평가전이자 올해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이다. 지난 8월 취임한 벤투 감독은 9월과 10월 A매치 평가전을 모두 국내에서 치렀다. 고양과 수원,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2승2무로 국내 평가전을 마무리한 벤투 감독은 이제 선수들을 이끌고 처음으로 원정에서 승 수 올리기에 도전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열기를 이어받아 4경기 연속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뜨거운 성원을 받았던 국내 평가전과 달리 적지에서 치르는 경기인 데다 전력 누수가 많아 고민이 크다. 일단 벤투 감독은 휴식과 배려 차원에서 손흥민(26·토트넘) 기성용(29·뉴캐슬)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 주축으로 점찍었던 장현수(27·FC 도쿄)가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고 정우영(29·알 사드)은 발목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데다 김문환까지 부상으로 원정길에 오르지 못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도 충분히 남아 있다. 이번 호주 원정은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행 비행기에 오를 선수들의 윤곽을 그리기 위한 마무리 작업에 해당한다. 9·10월 A매치 평가전을 통해 아시안컵에 나설 선수들을 점검한 벤투 감독은 이번 원정 평가전에서 베스트11을 확정하고 전술을 완성할 예정이다. 주전 선수들의 경우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으나 변수로 등장한 장현수 공백을 메울 중앙 수비수, 기성용의 대체자 혹은 파트너가 될 중원의 키 플레이어 찾기 등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즉, 포지션 경쟁 중이거나 새로 승선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번 호주 원정 2연전이 UAE행 '막차'를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벤투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아시안컵 전에 많은 선수를 최대한 경험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처럼, 경험하며 알아 가는 과정을 갖고 싶다"며 "원정 2경기를 앞두고 최선의 방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정길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정우영을 대신해 벤투호에 합류한 주세종(28·아산 무궁화)은 "내겐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뭔지 경험한 만큼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호주로 떠난 벤투호는 오는 17일 오후 5시50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스타디움에서 홈팀 호주를 상대하고, 이어 20일 오후 7시 발리모아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나설 대회에서도 원정경기가 많기 때문에 팀이 성장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첫 원정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